금값 연일 최고치 경신…1g당 6만8천원 뛰어
세계적 양적완화정책 지속되자 '현금 보다 金'
코로나19가 주기적으로 발생하거나 풍토병으로 고착화되는 '엔데믹'(endemic)으로 이어질 우려가 커지면서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전례 없는 돈 풀기에 나서면서 실물자산인 금값을 끌어올리는 현상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양적완화정책이 지속될수록 금값 상승랠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26일 선물시장인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8월 인도분 금은 전날에 비해 0.6%(9.70 달러) 오른 온스당 1780.3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올해 3월까지만 해도 "연말 18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글로벌 투자기관의 예측에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젠 금값 전망치를 한 뼘 더 끌어올려야하는 상황이다.
국내 금값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g가격은 6만811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18일엔 1g가격이 6만9840원까지 뛰면서 2014년 한국거래소 금시장 개설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시세로 한 돈(3.75g)짜리 돌반지의 가치는 25만5412원에 달한다. 이제 금은방에서 돌반지 하나를 사려면 세공비와 부가가치세 등을 더해 30만원 가량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한 돈 돌반지' 30만원 시대…인플레 우려에 "더 뛴다"
'이례적인' 금값 상승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양적완화 정책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경우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을 펴겠다고 발표한 이후 지난 2월 하순부터 이달까지 경기부양을 위해 쏟아 붓기로 한 돈만 8조7000억달러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 20조5000억달러의 42%에 달한다.
최근 세계 주요 증시가 안정을 찾고 있지만, 금값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것은 향후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금 투자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통상 금값은 증시와 반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기에 들어서면, 그동안 풀린 돈이 화폐의 가치를 끌어내리고 물가를 자극할 것이란 전망에 '믿을 건 금밖에 없다'는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금값이 코로나19 시대를 벗어나기 전까지 뛸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온스당 금 가격이 심리적 지지선인 1800달러를 넘어서면 아직 도달한적 없는 '2000달러선'도 넘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FICC 전략분석책임자 폴 시아나는 "금값은 온스당 1900달러 수준으로 가고 있으며 지난 4월 이어졌던 금값 범위에 비교하면 1947달러 수준을 기대할 수 있다"며 고점으로 2296달러를 예상했다. BoA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연준은 금을 찍을 수 없다"며 18개월 내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12개월간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값의 무서운 상승세가 이어지자 기존 전망치(1800달러) 보다 상향 조정한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전망치에 따르면, 금값은 3개월 뒤 1800달러까지 오르고, 6개월 뒤 1900달러를 넘어 내년 6월엔 2000달러에 도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