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도입 6년 차 접어들었지만 시장 ‘혼탁’ 여전
21대 국회서 손질해 ‘지킬 수 있는 법’ 만들어야
“지킬 수 없는 법은 ‘나쁜 법’이다.”
최근 저녁 자리에서 만난 지인이 기자에게 던진 화두다. 반드시 지켜야 하게끔 만든 것이 법인데 ‘지킬 수 없는 법’을 누가 만들까 생각해보다가 어렵지 않게 우리 주변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었다. 바로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다.
빠른 산업 발전으로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시대와 맞지 않는 ‘낡은 규제’에 대한 문제가 지속 제기되고 있다. 단통법은 6살 밖에 되지 않는 ‘젊은 규제’지만 그 짧은 생애 내내 ‘낡은 규제’ 못지않게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시장 상황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만들어졌다는 태생적 한계 탓이다.
소비자를 보호하고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도입 취지는 좋았지만, 시행 6년 내내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었다. 아직도 소비자들은 ‘성지’를 찾아 헤매고 있고, 치솟는 휴대폰 가격도 잡지 못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가격은 어느새 100만원을 훌쩍 뛰어넘어 이제 100만원대 중반에 달하고 있다.
시장경제 논리에 반하는 법이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생긴 것이다. 소비자들은 휴대폰 살 돈을 아껴야 하고, 이동통신사는 고객을 유치해야 하며, 제조사는 판매량을 늘려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생긴 것이 ‘불법보조금’이다. 불법보조금은 소비자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호갱(호구+고객)을 양산했다. 5세대 이동통신(5G) 시장은 불법보조금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다.
새 스마트폰이 출시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XX폰 0원폰 대란’ 기사가 쏟아진다. 댓글에는 “나도 좀 0원에 사보자, 도대체 어디에 가면 살 수 있느냐”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정보가 차별적이라는 뜻이다.
이통사가 불법보조금으로 7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맞게 될 위기라는 기사에는 “싸게 판다는 데 좀 내버려 둬라”라는 불만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단통법 실효성이 없다는 사실은 이제 소비자들도 다 안다.
단말기완전자급제와 분리공시 도입도 제조사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결국 단통법을 손질하는 것만이 더 이상의 혼란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단통법은 21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핵심 입법 현안 중 하나다.
이통 3사와 제조사인 삼성전자, LG전자 간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래도 반드시 ‘지킬 수 있는 법’이 되도록 고쳐야 한다. 다음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 이후에는 ‘0원폰 대란’ 기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