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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그룹 ‘탈퇴’ 전말로 본 케이팝의 이면…덮어놓고 외면하는 기획사


입력 2020.07.07 09:54 수정 2020.07.07 09:5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권민아 지민 SNS, 쇼파르뮤직 ⓒ권민아 지민 SNS, 쇼파르뮤직

케이팝(K-POP)을 이끌던 그룹들의 멤버 탈퇴 과정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AOA 권민아, 볼빨간사춘기 우지윤 등은 각자 다른 이유로 팀에서 탈퇴하고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된 불화설에 입을 연 건 이들 스스로였다. 보통 탈퇴 이후 많은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말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방송에 나와 과거를 회상하던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지난해 5월 AOA에서 탈퇴하고 배우로 활동 중인 권민아는 팀으로 활동했던 10여년동안 ‘언니’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폭로했고, 이후 지민의 이름을 직접 언급했다. 또 그 괴롭힘이 트라우마로 남아 수차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했다고 밝혔다.


지민은 “소설”이라는 짧은 글을 업로드했다가 곧장 삭제했지만, 오히려 권민아의 화를 돋웠다. 심지어 권민아는 극단적 시도로 인해 생긴 흉터 가득한 손목을 촬영한 사진을 올리기도 해 대중을 놀라게 했다.


권민아의 연이은 폭로에 지민을 비롯한 AOA 멤버들과 매니저가 직접 그의 집을 찾아가 사과했다. 자신의 연이은 폭로로 불편했을 대중에게도 고개를 숙이고, 향후 같은 일을 언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민이 사과글을 올린 후 권민아는 또 한 번 억울함을 담은 폭로성 글을 올렸다. 결국 지민의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는 지민의 팀 탈퇴를 결정하고, 연예계 활동 중단을 결정했다.


볼빨간사춘기는 지난 4월 멤버 우지윤의 탈퇴를 알리면서부터 최근까지 불화설에 몸살을 앓고 있다. 안지영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서까지 이를 적극 부인했지만, 그 내막은 SNS로 밝혀지게 됐다. 떠돌던 불화설에 쐐기를 박은 건 우지윤이 지난 6월 낯선아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도도’ ‘섬’의 가사였다. 탈퇴 과정에 불화가 있음을 짐작케 하는 의미심장한 가사가 안지영을 저격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불거진 것이다.


“몇 년 전에 썼던 곡”이라는 해명이 있었지만, 결국 우지윤은 SNS에 장문의 글을 통해 탈퇴 과정에서 억울함을 내비치며 불화가 있었음을 직접 밝혔다. 안지영 역시 우지윤의 신곡 가사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했고 “우리끼리 연락해서 풀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와야 했던 것이 속상하다” “해야할 말이 남았다면 연락 피하지 마라”고 SNS에 올렸다.


이번 논란들을 통해 볼 수 있는 건 개인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것이다. 이는 20여 년간 지속된 한국 아이돌 시스템 중 하나인 ‘개인생황 통제’가 불가능해졌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회사를 통해서만 공식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스타들이 개인 미디어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회사가 모든 걸 통제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지금 한국 아이돌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게 된 배경 중에는 이런 소속사의 철저한 통제 시스템이긴 하지만, 밝은 겉모습과 달리 속은 곪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꼴이다. 문제는 곪아 있던 상처가 터진 이후의 소속사의 행동이다. 이번 AOA의 논란을 살펴보면, 소속사는 뒤늦게 나서서 빨리 사건을 덮으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책임을 통감한다” “아티스트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말은 사실상 소속사의 아티스트 관리 능력의 부실함을 보여주고 있다.


누리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그룹들 사이에서는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이들, 비슷한 피해를 당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소속사가 단순히 ‘스타’를 만들어내기 위한 아이돌 양성과정을 고집하고, 그 내부에서 벌어지는 각종 폐단에 눈을 감는 순간 이번 사태와 같은 논란은 끊임없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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