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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매매 피해 매년 1만건…소비자보호 대책 절실

  • [데일리안] 입력 2020.07.12 08:00
  • 수정 2020.07.10 18:48
  •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성능조작, 매매사기, 허위매물 등 소비자 피해 심각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보호 당위성에 의문 제기

서울 장안동 중고차 시장 모습.ⓒ연합뉴스서울 장안동 중고차 시장 모습.ⓒ연합뉴스

# 사회 초년생인 A씨는 지난해 9월 대형 중고자동차 매매단지에서 SM3 최상위 모델을 중고차를 첫차로 구매했다. 최초 제시가가 500만원에 달했던 것을 흥정 끝에 380만원까지 할인받아 흐뭇한 마음으로 차량을 구입한 A씨는 나중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내차 시세 검색을 해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산정액은 28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알고 보니 구입 모델은 최상위 트림도 아닌 중급 트림 모델이었으며, 최상위 모델임을 알리는 엠블럼이 달린 트렁크로 바꿔 달아 눈속임을 한 것이었다. A씨는 다시 중고차 매매단지를 찾았으나 영업사원은 해당 단지 소속 직원이 아니었고, 연락까지 끊어버렸다.


‘잘 고르면 저렴한 가격에 새 차 못지않게 만족스럽다’는 중고차. 하지만 ‘잘 고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웬만한 자동차 전문가가 아니라면 ‘전문적으로’ 눈속임을 하는 일부 중고차 매매업자들에게 된통 당하기 일쑤다. 성능조작부터, 매매사기, 심지어 허위매물에 돈만 날리는 일까지 비일비재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 통계에 따르면, 2018년 1월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중고자동차 중개·매매 관련 불만 상담건수는 총 2만783건이 접수됐다.


품목별 순위에서 중고차 중개·매매는 스마트폰과 침대, 정수기대여, 점퍼·재킷류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다른 품목들과는 달리 중고차는 가격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내구성 소비재라는 점에서 피해가 이처럼 빈번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중고차 중개·매매 피해의 빈번한 발생은 한두 해의 일이 아니다. 2014년 1만2875건, 2015년 1만1800건, 2016년 1만1058건, 2017년 1만392건 등 매년 1만건 이상의 불만이 접수돼 왔다.


소비자 불만 사례를 찾아보면 차량의 성능과 상태를 조작해 판매하는 불법·사기부터, 구입 과정에서 소비자를 감금·협박하는 사례까지 있을 정도로 국내 중고차 시장 구조 자체가 낙후됐다.


영업사원이 중고차 인터넷 사이트에 미끼용 허위매물을 올려 고객을 유인한 뒤 성능기록부가 조작된 중고차를 비싸게 강매한 후 연락을 끊어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지난 9일 인터넷에 허위매물을 올려 고객을 유인한 뒤 그와 다른 차량을 시세보다 비싸게 팔아 총 6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중고차 딜러 44명과사기 방조 혐의로 매매상사 및 할부 대행사 대표 9명을 함께 입건했다.


다수의 소규모 매매업자들이 난립한 데다, 관계기관의 단속이나 업계의 자정 노력에도 한계가 있어 반복적인 피해 발생이 불가피하다.


지난 2016년 7~10월까지 4개월 간 경찰청이 중고차 매매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벌였을 당시에도 총 2027명(1262건)을 검거했으며, 이들의 75.4%가 이미 범죄 전력이 있는 전과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부정적으로 기울고 있다. 소비자 보호와 건전한 시장질서 확립 차원에서라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4%가 ‘국내 중고차시장은 불투명·혼탁·낙후됐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 인식의 주요 원인으로는 절반가량(49.4%)이 ‘차량상태 불신’을 꼽았으며, 허위·미끼 매물을 꼽은 응답자도 25.3%에 달했다. 그 외 낮은 가성비(11.1%), 판매자 불신(7.2%)을 꼽은 이들도 있었다.


1372 소비자상담센터 항목별 불만 상담건수(2018년 1월 1일~2020년 7월 1일). ⓒ1372 소비자상담센터1372 소비자상담센터 항목별 불만 상담건수(2018년 1월 1일~2020년 7월 1일). ⓒ1372 소비자상담센터
◆시장 규모 22조원…시장 구조는 불투명·혼탁·낙후


중고차시장 규모가 신차 시장을 뛰어넘을 정도로 커진 상태에서 이처럼 소비자 피해가 빈번하고 불신이 높은 상태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우리나라 중고차 판매대수는 224만대(매매업자간이전거래 제외)에 달해 신차시장(178만대)의 1.3배 규모로 성장했다. 우리나라 중고차 대당 평균매매가격이 1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연간 시장규모는 약 2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한국GM과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중견 완성차 3사의 매출액 총합인 16조7578억원보다 무려 5조원이 많은 규모다.


이처럼 시장 규모는 크지만 거래행태는 시장규모에 걸맞지 않게 후진적인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우리나라 중고차시장은 대표적인 ‘레몬마켓’으로 불린다. ‘레몬마켓’은 판매자와소비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질 낮은 물건이 많이 유통되는 시장을 의미한다.


최근 중고차 시장 정화와 거래 투명화를 위해 국회 등이 나서고 있으나 업계 반발 등으로 인해 실효성 있는 조치가 취해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원유철 전 의원(당시 자유한국당)은 부정한 중고차 성능점검자의 처벌을 명확히 하는 ‘자동차 관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2년 동안 국회 상임위(국토교통위)에 계류돼 있다가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법안 내용은 중고차 성능점검자가 거짓으로 점검하거나 점검한 내용과 다르게 자동차매매업자에게 알릴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6월 1일부터는 중고차 매매시 발급되는 성능·상태점검기록부 내용과 실제 차량 상태가 다를 경우 소비자가 직접 손해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중고차 성능·상태점검 책임보험’ 의무가입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매매업계가 반발하고 있어 제도 안착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대기업 진입해 선진 시스템 도입" 목소리 높아져


일각에서는 중고차 시장을 지금과 같이 무질서한 상태로 방치하기 보다는 대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허용해 시장 전체의 신뢰성과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도록 유도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고차시장은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 불가능했다.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들에겐 6년간 보호받으면서 시장 구조를 개선할 기회가 주어졌으나 여전히 불법적이고 후진적인 시장구조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은 지난해 초 일몰됐지만 이를 대체하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가 도입돼 현재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차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심의하고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앞으로 5년간 대기업은 중고차판매업에 새로 진입할 수 없게 된다.


중소벤처기업부 심의에 앞서 지난해 11월 6일 동반성장위원회는 중고차 판매업의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반면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하락하고 있다며, 산업경쟁력과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을 포함해 일부 기준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것이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중기부에 제출한 바 있다.


동반위가 현재까지 생계형 적합업종 적합 여부를 심의한 업종 중 부적합 결론을 내린 것은 중고차판매업이 유일하다.


소비자들 역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 필요성을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연구원의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인식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1.6%가 중고차시장에 대기업 신규 진입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부정적’이라고 답한 이는 23.1%로 그 절반에 불과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이 중고차 매매상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상태로는 자체 정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완성차 제조사 등 대기업의 시장 참여를 통해 신차시장 수준의 투명하고 선진화된 거래 시스템을 도입하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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