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물리학·다중우주 소재, 과학 몰라도 이해에 무리 없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유니플렉스에서 창작 뮤지컬 ‘더 모먼트’ 프로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표상아 연출, 김여우리 작곡가, 배우 원종환, 박시원, 유성재, 강정우, 유제윤, 주민진, 정대현, 홍승안, 김지온이 참석했다.
작품은 눈이 펑펑 내리는 한겨울, 세 남자가 각자의 이유로 찾아간 산속 깊은 산장에서 우연히 마주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공간’에 갇히게 된 이들은 하나의 노트를 단서로 얽히고 얽힌 비밀과 사건을 풀어낸다. 이들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과거와 소통하고, 미래와 만나는 판타지를 무대 위에서 그려낸다.
표 연출은 “과학에 대한 이야기가 베이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우리의 이야기 속에서 현대의 과학을 증명하고, 원리를 설명하려는 건 아니다. 양자역학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는데 놀랍게도 그 안에서 문학적인 언어들을 발견하고 흥미를 느꼈다”면서 “이런 문학적인 언어들은 현대적인 용어와 현재 사회적인 담론들을 차용해 담아내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이야기로서의 가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쉽고 직관적으로 따라갈 수 있는 이야기가 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생을 살면서 전과 후를 나눌 수 있는 순간이 있었다. 그 순간은 항상 누군가가 있었고, 전과 후를 송두리째 바꿔놓는 상황이 있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극중 세 명의 남자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이 인물들이 다중우주에서 다른 인물로 나오지만 이들을 바꾸는 한 명의 여성이 나오는 설정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작품은 다채로운 감정선의 드라마를 다이내믹하게 펼쳐낸 음악과 함께한다. 사건과 사건 사이의 긴장감, 한 사람을 향한 그리움, 세 남자의 좌충우돌 등 다양한 감성이 오가는 작품인 만큼 드라마와 인물의 감정에 충실한 음악으로 완성됐다. 무대 위 피아노, 바이올린 연주자의 라이브 연주와 진행되는 공연은, 현장감을 더한다.
김 작곡가는 “음악적으로는 목표했던 지점들이 있다. 세 명의 캐릭터가 있어서 각 캐릭터마다 메인이 되는 노래가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의 노래만은 아니다. 세 명의 인물이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시간을 살고 한 사람이지만 어떤 선택에 의해 다른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를 위해 어느 순간에는 결국 한 노래를 모든 인물이 한 번씩 들을 수 있도록 구성 했다”고 말했다.
배우들도 출연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로 ‘음악’을 꼽았다. 유성재는 “이 작품이 처음 들어왔을 때 어려운 내용이라 고민을 했다. 하지만 작품을 함께 하는 배우들이 믿음직스럽고, 소재도 새로워서 끌렸다. 특히 김여우리 작곡가와는 이전에 함께 작품을 한 적이 있는데, 음악이 얼마나 좋은지 알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고 했다. 뮤지컬 ‘프리스틴’의 연출자였던 주민진 역시 배우 복귀작으로 ‘더 모먼트’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7월 이후에 작품을 하려고 계획했는데 무대에 빨리 서고 싶었다. 특히 ‘더 모먼트’는 대본이 흥미롭고, 무엇보다 음악이 정말 좋았다”면서 “또 출연진을 보고 ‘이 분들이랑 안 하면 바보’라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했다”고 애정을 보였다.
“믿음직스러운 배우들”이 모인 만큼, 현장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더 모먼트’에서 오랫동안 폐인 생활을 하며 오로지 ‘그날’만을 기다려온 사내 역은 박시원(박송권), 원종환, 유성재가 맡았다. 평범한 공무원이지만 결혼을 앞두고 문제가 생긴 남자 역은 강정우, 주민진, 유제윤이, 순진무구하고 솔직한 고등학생 역인 소년 역은 김지온, 홍승안, 정대현이 함께한다.
특히 첫 창작 뮤지컬 무대에 서게 된 정대현은 “지금까지 작품을 해오면서 수없이 배웠지만 ‘더 모먼트’는 그 중에서도 특히 배우고 느낀 것이 많은 작품이다. 천사 같은 형들과 함께 하게 됐다”면서 “너무 잘해주셔서 ‘이렇게 편해도 되나’싶을 정도로 행복했다. 창작극인데도 불구하고 형들이 저의 부족한 모습들을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있다. 하루하루 연습했던 순간, 공연한 순간들이 매우 특별하게 다가오고 있다”며 현장 분위기를 언급해 공연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높였다.
뮤지컬 ‘더 모먼트’는 7월 8일부터 9월 6일까지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