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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음악방송은 더 이상 ‘갑’이 아니다?


입력 2020.07.16 09:08 수정 2020.07.16 09:1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빅히트 관련 소속사 아이돌, '음악중심' 출연 연달아 불발

ⓒMBC, 쏘스뮤직,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MBC, 쏘스뮤직,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출연을 하자니 예산과 시간을 들여야 하고, 그렇다고 출연을 안 하자니 뿌리 깊은 관행처럼 굳어진 방송사의 ‘갑질’을 당해낼 도리가 없다. 방송사 음악방송은 가요 기획사들 입장에서 '계륵'과 같은 존재였다. 그럼에도 가요 기획사들 입장에서 ‘절대 갑’의 위치였다.


하지만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오히려 지금은 음악방송이 가요계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기획사 입장에서 살펴보면 음악방송 출연료가 수십만 원인 것에 비해, 의상과 무대 준비를 기획사에서 맡아서 하기 때문에 적게는 수백만 원의 적자가 발생하한다. 그렇다 보니 신인 아이돌 그룹이나 규모가 크지 않은 연예기획사 소속 아이돌 가수라면 몰라도, 굳이 방송출연에 얽매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입지가 있거나 규모가 큰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가수들 경우에는 '쿨'하게 음악방송을 ‘패스’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불거진 소속사와 방송사간 갈등으로 음악방송 출연이 불발되는 사례들은 대형 기획사와 방송사 간 역학관계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빅히트 소속 그룹인 방탄소년단의 연말 무대 출연을 두고 갈등이 있었는데, 그 이후 MBC와 빅히트 관련 기획사의 힘겨루기가 시작된 모양새다.


그룹 여자친구는 지난 13일 새 미니앨범 ‘회: 송 오브 더 세이렌’(回: Song of the Sirens)을 발표했다. 컴백 직후 대부분의 음악방송에 출연하는 것은 이미 아이돌 그룹에겐 ‘공식’과 같은 상황인데, ‘음악중심’에서만 여자친구의 무대를 볼 수 없게 됐다. 여자친구의 소속사는 지난해 빅히트 레이블로 합류한 후 지난 2월 컴백 당시에도 ‘음중’ 무대에 서지 않았다.


또 다른 빅히트의 레이블인 플레디스의 소속 그룹인 세븐틴 역시 지난 6월 컴백 당시 ‘음중’ 출연이 불발됐다. MBC는 세븐틴과 여자친구 불참 소식과 함께 “다양한 무대를 원한다”며 이들의 출연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플레디스 소속 그룹인 뉴이스트가 빅히트로 편입되기 전인 지난 5월 컴백 무대를 ‘음중’에서 선보였던 것을 고려하면, 빅히트와 MBC의 관계에 ‘불화’가 있다는 건 자명해진다.


비단 빅히트와 MBC만의 일은 아니다. 한때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은 엠넷 ‘엠카운트다운’에 출연하지 않았고,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도 ‘음중’과 ‘인기가요’에만 출연했었다. MBK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도 2014년 이후 ‘쇼챔피언’에 출연하지 않았다. 예외적으로 정채연이 아이오아이 활동으로 YMC엔터테인먼트의 매니지먼트 하에 활동하는 상태에서 출연한 것이 전부다. 또한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도 2013년 11월 미쓰에이 출연 이후 ‘쇼챔피언’에 출연하지 않다가 2016년 트와이스를 시작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겉으로 드러난 것들만 이 정도다.


사실 이미 인지도가 있는 가수들의 경우는 굳이 음악방송 활동에 시간과 돈을 쏟을 이유가 없다. 그 시간에 해외 콘서트 등 수익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일정을 돌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 채널이 다양해진 현 상황에서 1%도 안 되는 최악의 시청률이 나오는 등 이미 권위가 바닥에 떨어진 음악 방송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그러다보니 최근 음악방송에서 1위 수상자가 아예 방송에 나오지 않은 일이 자주 발생한다. 가요계 한 매니저는 "1위 수상자가 출연하지 않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요즘은 녹화만 하면 바로 '퇴근'하기도 한다. 굳이 마지막 무대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는 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방송사들이 음악방송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해외 한류팬을 겨냥하고 있는데다가 예능프로그램 섭외에 음악방송이 유용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극단적으로 음악방송이 시청률 0%가 나와도 방송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권위를 잃은 음악방송을 꾸역꾸역 이어오는 것만 봐도 그렇다”면서 “다만 과거와 달리 요즘 기획사들은 방송사와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상상도하지 못한 일이다. 그만큼 환경이 많이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앞으로도 기획사와 방송사 간 이해관계에 따라 불편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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