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대란 ‘학습효과’…소비자 불안감↑, 물량 선점 움직임
주요 온라인몰선 샤워기 필터 등 검색어 장악, 품절도 잇따라
코로나19에 따른 마스크 대란에 이어 이번에는 샤워기 필터와 생수 품귀현상이 나타날 조짐이 보이면서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공기에 이어 물도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없다는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아이가 있는 가정을 중심으로 생수와 샤워기 필터 등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1일 전국 49개 정수장을 긴급점검 한 결과 인천 공촌·인천 부평·경기 화성·김해 삼계·양산 범어·울산 회야·의령 화정정수장 등 전국 7개 정수장에서 유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초기 인천과 경기 일부에서 시작된 수돗물 유충 사태가 전국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날이 더워지는 여름철에 수돗물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생수와 샤워기 및 정수 필터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주요 온라인몰에서는 인천 서구에서 수돗물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처음 접수된 지난 13일부터 1주일간 샤워기 필터 판매량이 최대 1700%까지 치솟았고, 대형마트에서는 생수 판매량이 최대 60%까지 늘었다.
G마켓, 티몬, 위메프 등 주요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에서는 샤워기 필터나 생수 등이 인기검색어 상위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그동안 마스크가 차지했던 온라인 쇼핑몰 주요 키워드 자리를 이제는 생수와 필터가 차지한 셈이다.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생수, 필터 등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마스크 대란 당시와 비교하면서 가격이 오르거나 관련 제품이 품귀현상을 빚을 것을 우려하는 이유에서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박모씨는 “이틀 전 구매한 샤워기 필터의 경우 현재 가격이 2만원 넘게 올랐다”면서 “쿠폰 등 자체할인을 제외해도 1만원 이상 오른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마스크 값에 이어 필터 값 지출까지 부담이 크다”, “공기는 마스크, 물은 필터...다 돈이다”, “사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 필터 값도 오르고 배송도 지연될 것 같아 미리 주문하겠다” 등 지출이 부담된다는 지적과 함께 수돗물 유충 사태 확산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유통업계 일각에선 조심스럽게 샤워기 등 필터 대란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공급량이 한정된 가운데 불안감으로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생수의 경우 성수기인 여름철을 대비해 업체마다 충분한 재고물량을 확보한 상태지만 샤워기 등 필터의 경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 때문이다. 수원지에서 취수해 페트병에 담으면 바로 판매가 가능한 생수에 비해 생산 공정이 길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 한다.
수돗물 유충 사태에 대한 원인 파악이 안 된 상황에서 신고 지역에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대란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재 쿠팡을 비롯해 주요 온라인몰에서는 최저가 상품을 중심으로 샤워기 필터 등 품절이 반복되고 있다.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온라인 몰이나 주부들이 많이 이용하는 카페에도 미개봉 샤워기 필터 물량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올 초 마스크 대란을 겪으면서 향후 관련 제품의 가격이 오르거나 구하기 힘들어질 것을 대비하려는 일종의 학습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며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아직까지 품귀현상은 없다. 샤워기 필터나 생수 등 제품 수급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