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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규제 1년-중] 반·디 절반의 성공...국산화 일부 성과에도 갈길 멀어


입력 2020.07.22 06:00 수정 2020.07.21 21:02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지난해 7월 日 정부 3대 핵심 소재 개별허가 대상 변경

당초 우려보다 타격 적어...소·부·장 산업 자립화 인식 깨워

국산화 진전 성과 속 여전히 높은 의존도 과제로 남아

SK하이닉스 초고속 HBM2E D램.ⓒSK하이닉스

일본 정부가 핵심 소재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피해가 예상됐던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은 우려했던 것 만큼의 큰 타격은 발생하지 않았다.


핵심 소재 산업의 자립과 독립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정부와 업계가 신속한 대응으로 일본산 핵심소재의 높은 의존도를 줄이는데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국산화에 성공한 품목이 있는 반면 아직도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품목도 있는 것이 현실로 갈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이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한국 수출시 일반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변경한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핵심 소재 둥 국산화에 가장 활발한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은 고순도 불화수소다.


불화수소는 원판 형태의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깎는 식각(에칭·etching)과 블순물을 제거하는 세정 공정에서 주입되는 물질이다. 포토레지스트는 웨이퍼에 회로를 인쇄하는 노광(photo) 공정에서 사용되는 빛을 흡수하는 감광제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제조에 사용된다.


◆ 불화수소 국산화 진전 계기로 작용...의존도 크게 낮춰


이 중 고순도 불화수소는 어느 정도 국산화를 이룬 것이 사실이다. 액체 불화수소의 경우, 올해 초 솔브레인과 램테크놀러지 등이 일본산 제품과 대등한 제품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 때문에 일본산 수입 의존도가 크게 낮아진 것도 사실이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5월 기준으로 불화수소의 일본산 수입 금액은 403만 달러로 전년동기(2843만 달러) 대비 약 85.8% 감소했다. 같은기간 일본산 수입 비중은 43.9%에서 12.3%로 줄어들면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이후 일본산 의존도를 상당히 낮추며 자립해 나가는 모습이다.


다만 액체보다 개발 및 제조 난이도가 한층 높은 기체형 불화수소는 아직 국산화가 많이 진전되지 않은 상황이다. SK머티리얼즈가 지난달 17일 초고순도(99.999%) 불화수소(HF) 가스 양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품질이 일본산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상당히 우려를 많이 했었는데 불화수소만 놓고 보면 지금까지는 성공적으로 잘 대응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체형 불화수소 양산에도 노력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클린룸 반도체 생산라인 사이를 걸어가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삼성전자

하지만 고순도 불화수소와 달리 포토레지스트는 아직도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포토레지스트는 JSR·신에츠·TOK 등 일본 업체들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해 왔다.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일본 수출 규제 이후에도 여전히 수입액은 증가하고 있다. 수출 규제 조치로 전체에서 일본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긴 했지만 벨기에-일본 합작법인을 통한 우회 수입 비중이 크게 늘어나며 의존도는 여전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5월 일본산 포토레지스트 수입액은 1억5081만 달러로 전년동기(1억1272만 달러) 대비 33.8% 증가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91.9%에서 88.6%로 소폭 낮아졌다.


이는 벨기에산 제품 우회 수입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같은기간 벨기에산 수입액 규모는 48만6000달러에서 872만1000달러로 18배 가량 늘어나면서 비중도 0.4%에서 5.8%로 5.4%포인트나 증가했다.


이러한 벨기에산 수입 규모 증가 배경에는 일본이 있다. 세계적인 종합 반도체 연구소인 벨기에의 아이멕(IMEC)이 지난 2016년 일본 기업 JSR과 손잡고 현지에 합작법인을 설립했는데 삼성전자는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이 합작법인에서 포토레지스트를 공수하기도 했다.


업계에서 벨기에산을 사실상 일본산과 같다고 보는 이유로 이를 감안하면 일본산 수입 비중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 EUV용 포토레지스트 의존도 절대적...국산화에 수입 다변화 꾀해야


특히 반도체 초미세공정 단계에서 사용되는 극자외선(EUV·Extreme Ultra Violet)용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국산화까지 최소 5년 정도가 더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당분간 일본산 의존도는 지속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EUV 기술은 기존 불화아르곤(ArF)의 14분의 1 수준인 13.5나노미터(nm)에 불과한 짧은 광원을 사용해 보다 세밀하게 반도체 회로를 구현할 수 있는 특장점이 있다. 반도체 공정이 점점 미세화되고 있어 앞으로 EUV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국내 포토레지스트 기술은 기존 불화르곤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동진쎄미켐이 지난해 말부터 SK하이닉스와 공동 개발을 시작해 연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도 하이엔드급 불화아르곤(ArF) 포토레지스트다.


또 SK머티리얼즈는 불화수소에 이어 포토레지스트 개발에도 나섰지만 이 역시 불화아르곤(ArF) 기반 제품이다.


불화아르곤(ArF)을 광원으로 한 포토레지스트는 초미세공정에서 쓰기 어려워 EUV용 제품은 당분간 일본산 제품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EUV용 포토레지스트 국산화는 최소 수년이 필요할 정도로 아직 시기를 언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향후 국산화 노력이 지속되겠지만 현재 국내 기술력만 놓고보면 한계도 분명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플렉서블OLED.ⓒ삼성디스플레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패널에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부품인 플루오린폴리이미드도 여전히 일본산 제품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일본산 제품 수입액 1303만 달러로 전년동기(1214만 달러) 대비 약 7.4% 늘어났고 일본산의 수입 비중은 전체의 93.7%에 이를 정도로 절대적이다. 비중만 놓고 보면 포토레지스트보다도 높다.


디스플레이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높은 일본산 제품 의존도는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면서 “국산화 노력이 지속되고 있어 내년부터는 조금씩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 확대와 함께 국산화가 빠르게 이뤄지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결국 업계에서는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노력과 함께 일본 등 경쟁력을 보유한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재·부품·장비들마다 국산화에 걸리는 시간이 제각각일 수 밖에 없는 만큼 관련 기술 개발을 통한 국산화 노력과 함께 해외 업체들로부터의 수입 루트 다변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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