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는 4~5명에서 많게는 10명이 훌쩍 넘어가는 아이돌 그룹 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다. 특히 TV 중심으로 연예계가 돌아가던 시대에는 더더욱 기회를 잡기란 쉽지 않았다. 다른 팀과 경쟁을 하기도 했지만, 한 두 번 출연 기회를 얻을 때마다, 팀내 경쟁 역시 만만치 않았다. 끼가 있어도 끼를 발휘한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플랫폼의 다양화는 그룹내 다양한 캐릭터들을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무한하게 제공했다. 네이버NOW, 웹 예능, 유튜브, 라이브 방송 등의 플랫폼에서 10~15분 정도의 짧은 영상으로 ‘그룹 멤버’가 아닌, 개인으로 대중과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몬스타엑스 민혁은 단독 호스트로 30일 네이버 NOW '보그싶쇼' 첫 방송을 시작한다. '보그싶쇼'는 민혁이 청취자들과 함께 소통하며 실시간으로 그림을 그리는 독특한 콘셉트의 오디오쇼다. 평소에 그림에 관심을 보인 민혁은 화실을 배경으로 직접 그린 그림을 비롯해 다채로운 주제로 청취자들과 대화하며 이야기를 직접 그려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네이버 NOW는 모바일 네이버 앱에서 다양한 오디오, 비디오 콘텐츠를 24시간 라이브로 즐길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다. 최근 네이버 NOW는 모바일 앱을 자주 이용하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아이돌 DJ를 섭외한 라디오를 비롯해, 탑골가요, ASMR, 올드팝, 힐링송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tvN ‘나의 수학 사춘기’, SBS ‘인기가요’ MC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재치있는 입담을 선보인 바 있는 민혁과의 콜라보레이션은 서로에게 윈-윈(WINWIN)으로 보인다.
몬스타엑스 소속사는 "민혁은 SBS '인기가요' MC를 하고 있고 브이앱을 통해 팬들과 소통을 자주 하는 멤버로 이번 오디오쇼에 단독으로 나서게 됐다. 자신 만의 색깔을 잘 찾아가고 있다. 앞으로 민혁이의 재발견을 계속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MBC '라디오 스타', JTBC '아이돌 피싱캠프' 등 SF9의 '주력 예능돌'로 활약한 바 있는 다원은 이미 지난 6월부터 M2 웹 예능 '우다다다'를 홀로 이끌었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우다다다'는 '우리 다원이가 다 해드립니다'의 약자로 시청자가 신청한 일을 대신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화방에서 대신 붓 사주기, 미용실에서 고생하는 동생 점심 챙기기 및 일 도와주기, 여자친구 모닝콜, 애완동물병원 근무, 김장 하기, 이사 갈 집 대신 청소하기, 일일 카메라 감독 등 다양한 일을 소화했다. 다원의 '우다다다' 본편은 8편이 공개됐으며 10~17만 재생수를 기록했다. 다원은 지난주를 마지막으로, SF9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잠시 휴식을 갖고 시즌2를 예고한 상태다.
다원은 지난 2018년부터 네이버 브이라이브를 통해 매주 금요일마다 '빙방'(빙수먹는 방송) 콘텐츠를 진행해왔다. 빙수를 먹으며 팬들과의 꾸준한 소통을 통해, 원하는 바를 캐치하고 센스있게 실행 및 언급하는 내공을 '우다다다'에서 한껏 발휘했다.
FNC엔터테인먼트는 "예능 캐릭터로 활약할 수 있는 아이돌 멤버들이 나갈 수 있는 곳이 많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 '우다다다' 같은 기회는 당연히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다다다'는 SF9 팬들 외에도 다른 아이돌 팬들에게도 반응이 좋았고 대중에게도 다원이란 이름을 조금 더 알릴 수 있었다. 기획한 프로그램의 성공은 본인 역량이지만 멤버의 기회를 어필할 수 있는 기획은 회사 입장에서 계속 만들어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러블리즈 미주와 골든차일드 장준은 각각 THE K-POP, 딩고 채널에서 웹 예능을 진행 중이다. 특히 장준은 '장스타'에서 선 넘는 캐릭터를 구축하며 32만 뷰 영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골든차일드 인지도와 비례해 장준 단독으로 이 같은 기록을 만들어낸 것은 고무적이다. 일반인에게도 인지도가 높은 딩고와 손잡은 예능 콘텐츠의 영리한 사례다.
자체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멤버들도 있다. 에이핑크 정은지와 보미, 오하영, 데이식스 제이, 마마무 솔라가 브이로그, 하울, 커버곡, 미공개곡 콘텐츠를 올리며 그룹 활동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개성과 장점을 대중에 적극 어필하고 있다.
특히 솔라는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나랑 넷플릭스 보러갈래?', '편의점 꿀조합', '셀프 제모시도' 등 마마무 솔라가 아닌, 평범한 30대 여성에게서 나올 수 있는 콘텐츠로 228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어, 유튜버 겸업을 꿈꾸는 아이돌 멤버들에게 좋은 방향성을 제시했다.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아이돌 멤버들의 개인활동에 대해 한 연예계 관계자는 "개인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좋은 장이 생긴 건 환영이다. 그러나 곧 이 시장도 ‘레드 오션’이 될 것이다. 남들과 비슷한 콘텐츠를 내놓기 보단, 좋아하고 자신 있는 것을 고민해, 오래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해야 한다. 또 트렌드와 팬들이 원하는 바를 잘 읽어내야 할 것이다. 결국 이것도 콘텐츠 싸움이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