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대표 경선 출마 후 강경해진 김부겸
"눈 부라린다" 이어 "최전방서 미통당과 싸워"
일각 비문 김부겸의 친문 표심 잡기 행보 해석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일 미래통합당 초선 의원들과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김 전 의원의 "눈을 부라린다"는 표현이 발단이 됐다.
김 전 의원은 지난 31일 민주당의 법안 처리 강행에 "의회 독재"라고 반발한 통합당을 향해 "누가 누구더러 독재라고 눈을 부라리느냐"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내가 독재와 싸워봐서 잘 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다음날인 1일 통합당은 즉각 반발했다. 배현진 의원은 "장관까지 지내신 분이 어찌 격 떨어지는 말씀을 함부로 뱉으셨을까요"라고 했고, 조수진 의원은 "독재를 독재라고 말 못 하게 하는 것, 이게 독재"라고 했다.
그러자 3일 김 전 의원은 '배현진·조수진 의원님께'라는 글을 재차 올리며 "참 딱하다"고 되받았다. 4선에 장관을 역임하고 집권여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 전 의원이 통합당 초선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는 다소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김 전 의원은 배·조 의원에게 보내는 글에서 "정치를 하다 보면 상대 당을 공격하게 된다. 그럴 때는 의원들끼리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는 게 예의"라며 "그런데 저를 공격하는 두 분 말씀이 기사화되자 달린 댓글이 6천 개가 넘었다. 저도 한 말씀 보탤까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내 글의 요지는 '독재'라는 말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제 글 중에 '눈을 부라린다'는 단어의 뜻을 곡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아나운서 출신인 배 의원을 향해 "어떻게 순우리말을 쓰면 격 떨어진다고 생각하느냐"고 했다.
총선에서 낙선한 자신을 '심판받은 정치인'이라고 한 데는 "지난 총선에서 심판받은 건 미통당(통합당)"이라며 "저는 민주당 최전방인 대구에서 미통당(통합당)과 싸웠다"고 강조했다.
두 통합당 의원을 향해 "초선일 때는 공격수 노릇을 함부로 맡지 말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당에서 흔히 비례 의원에게 저격수 역할을 맡기는데, 멍드는 건 자신이고 부끄러움은 지역구민의 몫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전 의원의 두차례 글에서는 '내가 독재와 싸워봐서 잘 안다'와 '민주당 최전방인 대구에서 통합당과 싸웠다'는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 전 의원이 통합당과 의도적인 각 세우기를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 전 의원 입장에서는 과거 '한나라당' 꼬리표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은 2000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경기 군포에 출마해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3년 뒤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겨 3선 고지까지 밟는다.
비문인 김 전 의원의 '친문 러브콜'이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 배 의원과 조 의원은 "전당대회용 생존 몸부림", "어설픈 문파 흉내"라고 김 전 의원을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낙연 후보와 김부겸 후보는 어차피 정통 친문이 아니다. 그래서 이 후보는 엄중하게, 김 후보는 경박하게, 각자 자기 방식으로 친문 비위를 맞추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원래 그런 스타일이라 쳐도, 김부겸마저 제 스타일 다 구겨가며 문팬에 아부하기에 여념이 없으니, 참 딱하다"고 촌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