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통신 "美, 北美에 연락사무소 설치 모색"
대선 앞둔 트럼프, 도발 우려 北 상황관리 나선 듯
전문가 "北 입장서 실익 없어…호응 미지수"
미국이 북한과의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는 오는 10월,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대선을 앞둔 미 행정부가 상황관리 차원에서 연락사무소 카드를 꺼내든 모양새다.
교도통신은 지난 9일 보도에서 "미국 정부가 북미 양국에 연락사무소 설치를 모색하고 있다"며 "일본과 한국도 미국의 의향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북미 양국이 워싱턴과 평양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마련해 상주 인력을 두고 사실상의 대사관 역할을 맡길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선시 조속한 북미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만큼, 평양·워싱턴 연락사무소 설치 방안은 향후 협상에 대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대선에서) 이기면 이란·북한과 매우 신속하게 협상할 것"이라며 "그들 모두는 우리와 매우 빨리 협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락사무소 설치 가능성은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에도 제기된 바 있지만, 회담결렬로 빛을 보지 못했다. 통신은 미국이 회담결렬 이후 연락사무소 설치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출입국 관리가 엄격해져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연락사무소 설치, 北 만족시킬 제안 아니야"
전문가들은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관리 차원에서 연락사무소 개설을 추진할 수 있다면서도 북한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화에서 "북미 협상 교착 장기화로 북한이 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며 "북미 간 빅딜이 어려운 상황에서 연락사무소 설치가 관계개선의 일부 조치로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조 선임연구위원은 연락사무소 설치가 북한이 협상 재개 조건으로 내세운 '적대시 철회'에 부합한다면서도 "미국의 더 큰 양보를 원하는 북한이 만족할 만한 제안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앞서 김여장 노동당 제1부부장은 개인 명의 담화에서 "'비핵화조치 대 제재 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북미)협상의 기본주제가 이제는 '적대시 철회 대 조미협상 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조 선임연구위원은 연락사무소 설치로 "북한이 손해 볼 것도 큰 성과를 얻기도 어렵다"며 "미국 제안이 '시간끌기용'라고 판단되면 북한이 거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北, 연락사무소 '학습효과'로 회의적 반응 보일 수도
북한이 별다른 역할 없이 문을 닫은 남북 연락사무소 '학습효과'로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에 회의적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통화에서 "남북 연락사무소도 있었지만 제대로 기능을 못하고 폐쇄됐다"며 "북미 간 연락사무소를 만든다고 해도 남북 연락사무소와 비슷한 운명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한국 정부가 연락사무소를 통해 북한에게 과감한 제안을 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지 못했다"며 "아이디어와 전략이 없는 상황에선 연락사무소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북미 간 입장차가 워낙 큰 만큼 북한이 (연락사무소 설치를) 실익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