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고성오간 제주 8.15경축식장...원희룡 "국민 편가르기 동의못해"


입력 2020.08.15 15:57 수정 2020.08.15 17:21        김소영 기자 (acacia@dailian.co.kr)

김원웅 광복회장 '친일민족 세력이 미래 길목을 막고 있다' 기념사 대독에

원희룡 지사 "하나만이 옳고 나머지는 모두 단죄하는 역사 조각내기 안돼"

원희룡 제주지사가 15일 오전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제주도 제공)ⓒ제주 뉴시스 원희룡 제주지사가 15일 오전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제주도 제공)ⓒ제주 뉴시스

제주도의 15일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김원웅 광복회장의 '친일 청산' 기념사와 '특정정치 집단의 견해'라며 이를 반박한 원희룡 도지사의 즉석 연설로 사실상 파행했다.


제주도는 이날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원희룡 지사, 독립유공자, 유족, 광복회원 등 9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축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률근 광복회 제주도지부장이 대독한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가 발단이 됐다.


김원웅 회장의 기념사에는 "서울 현충원에 가장 명당이라는 곳에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던 자가 묻혀있다. 해방 후 미국에 다시 빌붙어 육군참모총장과 장관을 지낸 자이다" 등 최근 작고한 백선엽 장군을 지칭한 듯한 표현이 있었다.


또 "이승만이 집권하여 국군을 창설하던 초대 육군참모총장부터 무려 21대까지 한명도 예외없이 일제에 빌붙어 독립군을 토벌하던 자가 육군참모총장이 되었다. 이들 민족반역자들은 국무총리, 국회의장, 장관, 국회의원, 국영기업체 사장, 해외공관 대사 등 국가요직을 맡아 한 평생 떵떵 거리며 살고 있다. 친일민족세력이 민족 자주적 역량의 결집을 방해하며 우리 젊은이들 앞에 펼쳐진 광활한 미래로의 길목을 가로막고 있다" 며 "전세계에 민족을 외면한 세력이 보수라고 자처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자 원희룡 지사는 미리 준비된 경축사 원고를 읽는 대신 김 회장 기념사를 반박하는 내용의 즉석 연설을 했다.


원 지사는 "결코 동의할 수 없는 편향된 역사만이 들어가 있는 이야기를 기념사라고 광복회 제주지부장에게 대독하게 만든 이 처사에 대해 매우 유감이며, 제주도지사로서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밝힌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이른바 친일세력이라고 하는 분들 중에는) 태어나보니 일본 식민지였고 거기에서 식민지의 식민으로 살아가면서 선택 할 수 없는 인생경로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있다"며 "비록 모두가 독립운동에 나서지 못했지만 식민지 백성으로 살아갔던 게 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방 정국을 거쳐서 김일성이 우리 대한민국을 공산화시키려고 왔을 때 목숨걸고 나라를 지켰던 군인들과 국민들이 있다"며 "그분들 중에는 일본군대에 복무를 했던 분들도 있다. 하지만 한국 전쟁에서 나라를 지킨 그 공을 우리가 보면서 역사 앞에서 (그 분들의) 공과 과를 겸허하게 우리가 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원 지사는 "(그분들은) 세계 최후진국에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많은 노력, 민주화를 위한 많은 희생, 선진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는 공도 있었고 과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75주년 맞은 광복절에 역사의 한 시기에 이편저편 나누어서 하나만이 옳고 나머지는 모두 단죄되어야 하는 그런 시각으로 우리 역사를 조각내고 우리 국민을 다시 편가르기 하는 그런 시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앞으로 이런 식의 기념사를 또 보낸다면 저희는 광복절 경축식의 모든 행정 집행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원지사의 즉석 연설이 끝나자 일부 광복회원 등 참석자는 원 지사에게 친일을 옹호한다며 항의했다.


이에 원 지사의 연설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참석자들 사이 고성까지 오가며 행사는 파행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영 기자 (acacia@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김소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