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잠실의 한 멀티플렉스. 상영관에 들어가려면 열감지 모니터를 바라봐야했다. 극장 직원이 “감사합니다. 입장하셔도 됩니다”라고 말을 듣고 입장했다. 좌석은 예매할 때부터 지그재그였고, 관객들 역시 대부분 그 자리에 맞게 착석해 있었다. 같은 날 홍대의 한 멀티플렉스도 입장하는 관객들에게 열체크를 요구했고, 자리 역시 지그재그로 배치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재확산은 멀티플렉스 3사를 비롯한 극장들이 또한번 긴장 상태다.
지난 22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은 아르바이트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임시 휴업에 들어가, 영업 재개 날자를 확정하지 않았고, 일단은 25일까지 예매를 받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확진자 발생은 치명적이다.
아직 대규모 휴업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현재 코로나19 확산 추세로 보면 지난 3월 말 상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당시 3월 30일 기준으로 멀티플렉스 3사 55개 극장이 일시에 휴업에 들어갔었다. CGV는 116개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전국 35개 극장을, 롯데시네마는 대구지역 9개 극장을, 메가박스는 전국 9개 회원사와 대구 2개 직영점의 문을 닫았었다.
이번 코로나19 재확산에 극장가가 긴장 상태인 이유다. 특히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여전히 순항하고 있고, ‘테넷’이 26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극장가가 방역에 실패해 N차 감염이 이뤄진다면 최악의 상황을 또한번 맞이할 수 있다.
그러나 극장의 철저한 방역만이 전부는 아니다. 결국은 관객들의 의식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극장 방역 체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두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도 이런 모습이 보였다. 철저한 열체크를 한 후 입장했고 좌석도 지그재그로 배치했지만, 막상 상영관에 들어오자 일부 사람들은 일행과 함께 앉기 위해 자리를 이동했다. 극장 직원이 들어와 좌석 띄어앉기를 공지했지만, 그뿐이었다. 영화가 상영되자 다시 대거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모습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유지됐다.
마스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팝콘과 음료수를 먹기 위해, 혹은 답답해서 잠시 마스크를 내리는 것이 아닌, 아예 마스크를 가방 등에 넣어두고 코로나19 이전처럼 행동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멀티플렉스 관계자들은 영화 시작 전 권고할 순 있지만, 상영관에서 내보내는 등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을 언급하며 결국은 관객들의 의식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