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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히든캐스트㉑] ‘썸씽로튼’ 곽대성 “코로나19로 멈춘 공연, 무대 절실해”


입력 2020.08.28 14:39 수정 2020.08.28 14:40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썸씽로튼'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 8월 30일까지 공연 중단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엠씨어터 ⓒ엠씨어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공연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대다수의 공연이 일시 중단되거나, 조기 폐막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지난 7일부터 공연 중이던 뮤지컬 ‘썸씽로튼’도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30일까지 자체적 공연을 중단을 결정했다.


누구보다 무대가 절실한 배우들 역시 이런 제작사의 결정에 뜻을 함께 하고 있다. ‘썸씽로튼’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곽대성도 지금의 시기를 잘 넘기고 다시 무대에 설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2007년 데뷔 후 현재까지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썸씽로튼’에서 배우장을 맡고 있는데, 그만큼 공연에 대한 남다른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무대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 뮤지컬 무대를 꿈꾸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어렸을 때부터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무용을 전공했는데 노래에도 관심이 많았죠. 때마침 대학졸업 후 ‘오디션’(2007)이라는 작품을 할 기회가 생겨서 자연스럽게 뮤지컬을 접하게 됐습니다. 사실 시작 전부터 꿈꿔 온 건 아니었는데, 뮤지컬을 하고 나니 ‘이거다!’ 싶더라고요. 그 후로 계속 뮤지컬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처음 무대에 오를 때의 마음가짐과 지금의 차이가 있다면요?


큰 차이라면 어릴 땐 몸을 다 내던지면서 했어요. 그 당시 작품에서 입은 부상흉터가 아직 얼굴에 남아있을 정도로요. 하하. 하지만 지금은 좀 더 체계적으로 공연을 하려고 하죠. 몸을 막 던지는 게 아니라 작품전체를 부상 없이 끝낼 수 있도록 체력과 마인드를 컨트롤하는 편이에요. 배우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들과 함께 호흡하려는 생각도 하게 된 것 같네요. 연차가 높아지고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이면서 백스테이지 전체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고 할까요?(웃음) 아무래도 아무것도 모를 때보다 부담감이 많이 생기죠. 저 혼자 공연을 하는 게 아니니까요.


- 첫 대극장 작품인 ‘잭더리퍼’에 참여한 이후 꾸준히 히트 작품들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제작자들이 계속해서 곽대성 씨를 찾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정말 부끄러운 질문이네요. 하하. 제 입으로 얘기하기 민망하지만 일단은 무용전공자로서 춤에는 자신 있는 편이에요. 노래도 너무 좋아해서 노래에 대한 부담감도 없어요. 특이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모든 앙상블배우들이 오디션을 통해 작품에 합류하게 됩니다. 앙상블 오디션은 필요에 따라 지정 연기 같은 것을 볼 때도 있지만 주 내용은 노래와 안무에요. 그래서 오디션 때 떨지 않고 최대한 편하게 자신감 있게 보는 편입니다. 매력이라기 보단, 감독님들께서 잘 봐주신 것 같기도 하네요(웃음).


- 이번 작품 ‘썸씽로튼’도 오디션으로 참여하게 됐나요?


제가 말한 ‘특이 케이스’가 바로 이번 작품이에요. 하하. 내한 이후 첫 라이선스 공연소식을 듣고 정말하고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직접 캐스팅하시는 분을 찾아가 ‘이작품너무하고싶다’고부탁을 드렸죠. 사실 그 당시 코로나 영향으로바로전작품의지방공연이취소돼서집에만있었거든요. 그만큼간절했죠.


- 연습과정은 어땠나요.


‘썸씽로튼’의 중요 부분 중 하나인 탭댄스에 대한 건데, 제가 이 작품 전에는 탭댄스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이번이 처음 접하는 거였죠. 연습 시작 후에 육체적으로,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너무 탭이 안 돼서 공연은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저 자신에게 화나기도 하더라고요. 거의 포기할 생각까지 했는데, 탭 안무자께서 하나하나 차분히 포기하지 않고 알려주셨어요. 이 날이 저에게 탭에 대한 전환점이 된 날이에요. 죽어라 연습하면 할 수 없는 일이 없구나 싶더라고요. 그 날 이후 남아서 계속 연습했고, 무사히 공연을 하고 있답니다(웃음).


- 작품에서는 어떤 역할들을 맡고 계신가요.


앙상블로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마을시민, 청교도인, 서번트, 극단단원, 셰프 등등. 아주 많죠? 하하. 아! 그리고 배우장을 맡고 있습니다(웃음).


- 앙상블로서 작품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참여하고 있나요.


수많은 작품을 해봤지만 이번작품은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임하고 있습니다. 이 어려운 시국에 몇 달 집에만 있어보니 얼마나 무대가 간절했는지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감사한 생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 앙상블 배우로서 작품에 참여할 때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요?


다양한 배역들을 소화 해내는 만큼 장면 장면마다 상황해석이나 감정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져야하죠. 또 그만큼 의상도 많아서 의상 퀵체인지도 많고요. 이런 부분에서 처음엔 힘들었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것도 계속 하다 보니 당연하게 느껴지더라고요.


- 힘든 만큼,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커튼콜 때는 매번 보람을 느낍니다. 관객들의 얼굴을 보면 참 재밌게 즐기면서 보셨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그런 행복한 얼굴로 저희에게 박수를 주실 때 정말 큰 보람을 느끼죠.


- 앙상블에 대한 공연 관계자, 관객들의 인식이 어떤 것 같나요.


지금은 앙상블을 ‘갓상블’이라고도 불러주시기도 하고 앙상블배우들을 바라보는 관점도 굉장히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사실 대극장 뮤지컬에서는 앙상블배우들이 없다면 작품을 할 수가 없다고 봐야죠. 지금처럼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주시면 좋겠어요.


- 최근 코로나19로 공연계는 매우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썸씽로튼’도 이번 달까지 공연을 중단하게 됐죠.


모두가 힘든 시기죠. 견뎌내야 한다는 생각이 큽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무대에 대한 감사함이 정말 크거든요.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면 중단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지켜 나갈 수 있는 게 있다면 어떤 것이든 해야죠. 공연 중 환호, 함성이 금지된 건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긴 해요. 일단 무대에서 객석 쪽을 보면 관객 분들 하얀 마스크들이 가득한 것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얼마나 불편하시겠어요. 하지만 더 큰 확산을 막기 위해 강제할 수밖에 없죠. 상황이 상황인 만큼 당연한 조치지만, 작품 특성상 관객 분들이 맘껏 웃어주시고 환호해 주시는 게 저희한테도 힘이 많이 나거든요. 상황이 빨리 나아져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기가 오길 바랍니다.


- 벌써 올해로 14년차가 됐습니다.


그러네요. 그렇게 얘기하시니 정말 오래된 배우의 느낌인데 사실 그렇지는 않아요. 첫 작품 이후 거의 5년 이상 작품을 안했으니까요. 정식으로 다시 시작한 후에는 다짐을 하는 게 있긴 합니다. 항상 한결같은 모습으로 변하지 말자고. 그게 저의 배우로서의 방향성인거 같아요. 지금처럼 변함없이 꾸준히 작품에 임하는 것이죠.


-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요?


하나 있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작품이긴 하지만, 영화 ‘위대한 쇼맨’에서 술집 씬이 있어요. 남자주인공 둘이서 부르는 ‘더 아더 사이드’(the other side)라는 노래 씬인데 거기에 웨이터가 너무 멋있더라고요. 박자에 맞춰 술잔을 밀어주고 술병을 받고 의자를 밀어주며 빗자루질로 음악을 채워주기도 하고요. 무브먼트적인 섬세함과 시크함이 엄청 자극 되더라고요. 지금도 가끔 유튜브로 영상을 찾아보는데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면 꼭 그 웨이터 역할을 하고 싶어요.


- 작품의 크기, 성공 정도와 무관하게 스스로에게 가장 의미가 있는 작품이 있나요?


2014년도에 했던 ‘꽃신’이라는 작품이에요. 개인적으로 여러모로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위안부할머님들을 위한 뮤지컬이었는데 스스로 할머님들을 위해 재능기부로 참여했죠. 공연이 끝난 후에 배우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위안부 할머니께서 대기실을 찾아오셨는데, 일본군 역할을 맡았던 저희 남자앙상블들을 보고 뒷걸음질 치시더라고요. 그게 아직도 잊혀지지가


-최근 결혼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웃음). 결혼 4개월 차 풋풋한 신혼입니다. 앞서 ‘꽃신’이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했는데, 사실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제 아내죠. 하하. 아내이자 뮤지컬 배우인 김지연 씨를 ‘꽃신’에서 만났습니다. 공연 중에 호감을 가지고 있다가 작품이 끝나는 날 과감히 고백했어요. 그 후 5년 정도 연애 후에 결혼하였습니다.


- 지금까지도 열심히 하셨지만, 조금 더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생긴 걸까요?


물론이죠! 이젠 혼자가 아니니까요. 평생 함께할 가족이 생긴 만큼 책임감도 큽니다. 그래서인지 결혼 후 첫 작품인 ‘썸씽로튼’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전과는 다르더라고요. 힘들어도 가족을 생각하며 더 열심히 해야죠.


-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들어볼까요?


답변으로써 좀 식상해 보일 수 있지만 모든 앙상블배우들이 마찬가지일 거예요. 오래도록 무대에 서는 것이죠. ‘어떤 배역이 되고 싶다’는 목표보단 나의 포지션이 어디에 있던지 공연을 오래도록 하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그래서 사람들로 하여금 ‘좋은 배우였다’라고 기억에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춤을 좋아하고 노래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무대보다 더 행복한곳은 없을 테니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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