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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단계 모호한 기준, 점주도 소비자도 ‘혼란’…역차별 원성도


입력 2020.08.31 15:31 수정 2020.08.31 16:15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같은 사업자에도 서로 다른 지침…프랜차이즈·제과점 희비 교차

수도권 위치한 카페 중 직영점 10% 불과…반쪽짜리 규제란 지적도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작된 30일 인천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 출입 금지 테이프와 대기선이 곳곳에 붙어있다.ⓒ연합뉴스

정부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규제 방침이 시작된 가운데 가이드라인 적용 범위를 두고 수도권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규제를 받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절반 이상이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가맹점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커피전문점 사업자와 다른 기준을 두면서 역차별 원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수도권에 위치한 커피전문점 중 프랜차이즈나 대기업 직영점은 10%에 불과해 반쪽자리 규제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0일부터 수도권 지역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포장·배달’ 판매만 허용하기 시작했다. 오는 6일 자정까지 프랜차이즈 커피·음료전문점에서는 ‘매장 취식’이 전면 금지되고, 배달과 포장만 가능하다.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은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과 가맹점을 모두 포함한다. 다만 개인이 운영하는 동네 커피 전문점은 매장 내 이용이 허용된다.


이에 따라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이디야커피 등이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문제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일반 사업자 비중이 훨씬 높다는 데 있다. 국내에 가장 많은 매장을 운영하는 이디야 커피의 경우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가맹점 비율이 99%에 달한다. 할리스 역시 583개 매장 중에 가맹점이 476개로 전체 매장에서 가맹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커피전문점이 확진자 수를 늘리는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지침을 무조건적으로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가맹 본사가 가맹점의 피해 규모를 일일이 추산하기 어려운 데다, 이를 전부 책임지기에는 한계가 뒤따른다는 이유에서 이렇다 할 만한 대응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본사는 피해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몰라 상황을 지켜보며 논의에 논의만 거듭하고 있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신규 확진자가 400명대까지 증가하면서 이 정도 제재는 예상했다”면서도 “현재 어떻게 하면 가맹점에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지 지속해서 논의 중인데, 뚜렷한 지원책이 나오진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부 지침에 대해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며 “그나마 본사 차원에서 다행인 점은 전체 매장 중 절반 정도가 배달업체와 제휴를 맺어 배달을 하고 있고, 소형매장 위주로 운영되고 있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도 “현재 1주일 간의 2.5단계 격상 조치가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조치는 아직 미정”이라고 전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된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제과점에 손님들이 앉아있다.ⓒ연합뉴스

가맹점주들의 반발도 거세다. 사태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이를 잘 준수할 예정이라면서도, 인근 비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의 다른 기준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의견이 절대적이다.


서울시 강서구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조모(30대) 씨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라 하더라도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개인 커피가게는 되고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안 된다는 점에서 형평성이 어긋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다섯명의 아르바이트생에게 쉬라고 통보했고, 아르바이트생들도 어쩔 수 없는 것을 알고 이를 받아들인 상황”이라며 “정부 지침에 따라 주말부터 혼자 매장에 남아 배달 주문을 받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그나마 배달도 안 되는 매장의 경우 우리 매장 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수도권에 위치한 커피전문점 중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직영점은 10%에 불과해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에 따르면, 수도권에 위치한 중소 브랜드 및 개인 커피전문점 등에 해당하는 '기타' 카페 비중은 경기도가 89.9%, 서울시 87.2%, 인천시 89.5% 수준으로 프랜차이즈 카페 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서울에서는 비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수는 1만6168개에 달했다. 정부는 결국 1만6000여개의 카페를 두고 나머지 2000여개 카페만 취식 행위 등을 규제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특별시 감염병관리과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커피숍만 금지하는 이유에 대해 “중앙 정부에서 내려온 지침이어서 우리 역시 명확한 이유를 모른다”고 답했다.


업종에 따라 같은 개인 사업자에게도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도 업계 공통된 불만이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아닌 ‘프랜차이즈 제과점’으로 분류되는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던킨 등은 이번 방역 수칙 대상에서 제외됐다.


파리바게뜨·뚜레쥬르·던킨에는 일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과 같이 매장에 앉아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형 매장이 많다. 직영점 대비 가맹점 비율도 높다.


던킨 관계자는 “던킨 전체 매장 705개중 가맹이 571개고, 직영은 134개를 운영중이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민들도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지난 5월 불거졌던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 논란처럼 정부가 ‘긴급 행정’이라는 이유로 특정 사업자에 대해 이익 또는 불이익을 주는 일이 반복되는 것 같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직장인 이모(32)씨는 “사태가 사태인 만큼 정부 지침에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한 국민의 의무이자 책임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카페 규제의 경우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점에서 소상공인들에게 또 다른 피해가 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마치 정부재난지원금 사용처 논란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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