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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노사, 오늘 실무 5차 협상…노조 관심은 금속노조 가입뿐?


입력 2020.09.02 10:33 수정 2020.09.02 10:46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9~10일 금속노조 가입 위한 체제 전환 투표…가결시 교섭 무용지물

작년도 노조 파업으로 XM3 유럽 수출 무산…금속노조 가입시 더 큰 위기

르노삼성자동차노동조합과 금속노조, 민주노총이 2019년 2월 28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노조 파업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투쟁 결의 내용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르노삼성자동차노동조합과 금속노조, 민주노총이 2019년 2월 28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노조 파업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투쟁 결의 내용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갈 길 바쁜 르노삼성자동차가 노조 리스크에 발목을 잡혔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하루 빨리 마무리하고 신차 XM3 수출을 위한 르노 본사와의 협상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해야 하지만, 교섭 파트너인 노조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가입에 혈안이 돼 있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부산공장에서 2020년 임단협 실무 5차 협상을 진행한다.


이날 협상에서는 노조 단협 요구안 각 항목에 대한 노사간 질의응답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계획대로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조가 오는 9~10일로 예정된 체제 전환(금속노조 산하 산별체제로의 전환) 찬반투표에 정신이 쏠려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경영위기 극복 차원에서 임단협을 조기 타결한 쌍용자동차를 제외한 완성차 4사 중 가장 빠른 지난 7월 6일 임단협 상견례(킥오프 미팅)를 가졌지만 현재 진도는 가장 지지부진하다.


본교섭은 시작도 못한 채 실무협상만 4차례 했을 뿐이다. 그동안 네 차례 만남에서 노조 요구안 일독(노사가 노조 요구안 전체 내용을 짚어보는 절차)조차 마치지 못했다.


통상 르노삼성 노사가 실무협상을10여 차례 진행한 뒤 본교섭을 가져 왔던 선례를 감안하면 이날 5차 실무협상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사실상 현 집행부 임기 내 임단협 타결은 힘들어진다.


2018년12월 출범한 현4대 집행부는 임기가 올11월까지로,11월부터는 모든 노조 활동이 중단되고5대 집행부 선거가 실시되는 만큼 실질적인 임기는 10월까지라고 할 수 있다.


노조는 사측이 교섭 해태 의도를 보이면서 진도가 늦어지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사측은 노조가 차기 선거와 금속노조 가입에 집중하느라 임단협은 도외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는 지난달 25일까지만 해도 소식지를 통해 교섭 진행상황 등을 조합원들에게 공유했으나 이후부터는 체제 전환 찬반투표 ‘D데이’를 카운트하며 매일 금속노조 가입 찬성을 독려하는 선전물만 내놓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코로나19 확산 위기 속에서도 30여명의 노조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회사 외부에서 외부 강사를 초빙해 산별노조 가입을 위한 교육까지 진행했다.


현 기업노조 체제를 금속노조 산하 산별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박종규 르노삼성 노조위원장의 공약 사항이다. 그는 지난 2011년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 설립을 주도하고 초대 지회장을 지냈으나, 조합원 확대가 한계에 부딪치자 지회를 탈퇴하고 기업노조인 르노삼성 노조에 가입해 위원장 자리까지 올랐다.


이번 체제전환 투표에서 2000여명의 조합원(기업노조원 기준) 중 절반 이상이 참여하고 그 중 3분의 2상이 찬성표를 던지면 르노삼성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르노삼성지부 혹은 지회로 전환된다.


이 경우 현재 기업노조 체제로 회사와 진행하고 있는 임단협 교섭은 의미가 없어진다. 협상 주체도 바뀌고 협상 진행 내용도 모두 원점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현 집행부는 체제전환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을 득표하지 못해도 곧바로 이어지는 5대 집행부(지부장) 선거에서 재집권한 후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재집권에 필요한 득표수는 절반 이상으로, 체제전환 투표보다 수월하다.


결국 현 집행부는 공약 사안인 금속노조 가입과11월5대 노조 집행부 선거에 올인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르노삼성으로서는 임단협 교섭 지연은 물론, 현 기업노조의 산별노조 전환(금속노조 가입)이나 현 집행부의 재집권 모두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


현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는 역대 가장 강성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8년 임단협 체결을 놓고 무려8개월간 최장 파업이라는 오명을 남겼고, 지난해는 게릴라성 파업으로 사측으로 하여금 직장폐쇄 카드까지 들고 나오게 했다.


이는 르노삼성 수출물량 배정에도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됐다. 지난해 2월 XM3 유럽 수출 물량 확정을 코앞에 두고도 파업 여파로 르노그룹의 물량 배정을 쉽게 따오지 못한 게 대표적이다.


르노삼성은 앞으로의 수출 물량 논의에서도 노조의 금속노조 가입이나 파업 등 대립적 노사관계가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 노조 집행부는 이처럼 노사 관계를 대립으로 몰아넣으면서도 현 집행부는 임기 내 진행한2018년 임단협과 2019년 임금협상에서 그 이전 노조 집행부보다 노조원들에게 많은 성과를 가져주지도 못했다.


특히2013년 이후7년간 영업이익 흑자로PS지급(회사 흑자 이익에 대한 임직원 지급액, 2016년 인당493만원으로 역대 최고)을 계속 했던 기록이 올해는 깨질 가능성이 크다.


닛산 로그 수출 중단 등으로 흑자 경영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지면서 올해 PS는 사실상 제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르노삼성 내 금속노조 지회 결성을 주도했다 탈퇴 후 기업노조를 장악한 현 집행부가, 기업노조의 금속노조 가입을 추진하는 게 과연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당면 현안인 임단협을 제쳐두고 금속노조 가입에 올인하려는 집행부의 의도를 조합원들은 잘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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