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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 체제', 지난 100일과 앞으로의 100일


입력 2020.09.03 00:10 수정 2020.09.02 23:58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첫 100일은 당명·정강정책 등 '외피 변화' 주력

마지막 100일은 재보선에 매몰될 수밖에 없어

향후 100일간 펼쳐질 '체질 개선' 노력에 기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월 2일 국회에서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고 처음으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월 2일 국회에서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고 처음으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3일로 100일째를 맞이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본지 기자 등 10여 명의 출입기자들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00일 간의 활동을 정리하고 향후 당의 진로와 비전을 제시한다.


지난 6월 1일 정식 취임한 김종인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4월 7일 재·보궐선거까지다. 일수로 따지면 300일 남짓이다. 그 중 지난 100일 간은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변경하고 정강정책을 개정하는 등 4·15 총선 참패로 패배주의에 빠졌던 보수정당을 추스르며 외피를 바꾸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일정 부분 성공적이었으며 소정의 성과도 거뒀다고 평가된다. 기본소득과 전일육아제를 전면에 내건 정강정책을 그간 합리적이지만 비정한 정당으로 보였던 보수정당의 이미지에 '약자와의 동행'을 확실하게 새겼다.


김종인 위원장은 전남 구례 등 호남 수해 지역을 선제적으로 방문했으며, 현 정권보다 앞서 4차 추경 편성과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그간의 보수정당 지도자와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여 '당이 바뀌었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데 성공했다.


덕분에 정당 지지율도 광복절 직전까지 한동안 상승세를 달렸다.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한 지난 7월 27~28일 이틀 간의 설문에서는 정당 지지율이 32.1%까지 올라 더불어민주당(34.6%)과 오차범위 내에 돌입하기도 했다.


상임전국위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비대위가 출범했던 만큼 이후로도 당내 반발로 험로가 예상됐으나 그러한 징후도 전혀 없다. 김종인 위원장도 처음 참석한 의원총회에서 "시비 하지 말고 협력해달라"고 부탁했을 정도였으나, 그런 것 치고는 내홍이 전혀 없이 당이 안정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 당이 8·15 광화문집회에 조직적으로 결합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으나, 김종인 위원장이 단호히 선을 그었던 것도 지금에 와서 보면 선견지명을 넘어 '신의 한 수' 급으로 평가받는다.


3일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100일 기자회견 가져
'약자와의 동행' 기본소득·전일육아제 정강정책
당 내홍 없애고 지지율 견인하는 등 소정 성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0일 오후 전남 구례군 5일장을 찾아 침수 피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0일 오후 전남 구례군 5일장을 찾아 침수 피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내년 1월 1일부터 4·7 재보선까지 마지막 100일(정확히는 97일)은 비대위가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시기다.


김종인 위원장은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선생의 손자다. 5·16 이후 민정 이양 시기에 군부 공화당에 대응한 문민 야당 창당 과정에서 가인이 깊숙이 관여하자, 당시 20대 청년이었던 김 위원장도 조부의 비서 격으로 정치 무대에 뛰어들었다.


이 때부터 기산하면 정치인생만 반백년이다.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 승리에 조력하고, 2016년 문재인 대통령 총선 승리를 주도하는 등 탁월한 정치 감각을 자랑했던 김종인 위원장은 4·15 총선 참패로 일격을 당했다.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보름 남짓 지원 유세만 뛰었을 뿐이지만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4·7 재보선의 핵심인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김종인 비대위'의 성패를 가를 선거다. 비대위의 마지막 100일은 재보선에만 매몰될 수밖에 없어 다른 혁신 작업을 병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김종인 비대위'의 전기(前期) 100일이 당 외피 변경, 마지막 후기(後期) 100일이 재보선을 통한 결산의 시기라고 한다면, 앞으로 펼쳐질 중기(中期) 100일은 국민의힘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정당'으로 체질 개선을 할 시기로 분석된다.


'김종인 비대위' 중기 100일은 정기국회 시기와 맞물린다. 대정부질문·국정감사·시정연설·예산국회 등이 펼쳐치며 연말까지 정신없이 흘러가는 동안, 김종인 위원장은 원내 현안과는 거리를 두고 차분하게 국민의힘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정당'으로의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관심이 쏠리는 지점은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의 당내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 룰'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가 비대위의 성패 가늠
'체질 개선'해 '이길 수 있는 정당' 만들려할 듯
'이길 수 있는 후보' 선출할 '경선룰' 묘수 낼까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9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9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주호영 원내대표가 '미스터트롯' 방식 경선에 관심을 보이며 최근 TV조선 관계자와 회동하기도 했지만, 정기국회가 본격화하면 원내대표는 원내 현안 대응에도 경황이 없기 때문에 '경선 룰' 고민은 자연스레 김종인 위원장의 몫으로 넘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최근 열렸던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정양석 서울시당위원장이 제기한 '국민선거인단 부활' 제안도 주목된다.


당심과 민심을 절반씩 반영하는 현행 국민의힘 '경선 룰'에서 민심 반영은 일반국민여론조사를 통해 하고 있다. 하지만 무작위로 걸려오는 여론조사를 국민이 수동적으로 받아 응답하는 형태로는 경선 과정에서의 국민적 관심 고조가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당원은 아니지만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 관심을 갖고 선출 과정에서부터 참여하겠다고 신청한 국민들을 대상으로 국민선거인단을 구성하면, 이것은 적극적·능동적 참여이기 때문에 '미스터트롯'의 흥행 요소와 비슷하게 경선 단계에서부터 국민적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민선거인단 구성 과정에서 국민의힘 당원이 아닌, 기독자유통일당·우리공화당·친박신당 등 극단 성향 정당의 당원들이 국민선거인단으로 참여 신청을 하면 일반국민여론조사를 할 때보다 오히려 민심과 더욱 유리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공천관리위원장 일반국민 공모를 받았을 때, 중도 외연 확장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사가 최다 득표를 받았던 점과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심에 비해 민심을 많이 반영하고 국민의 적극적·능동적 참여를 이끌어내 흥행하는 경선이 되면서도 '태극기 부대'에 경선판이 휘둘리는 일은 막아야 한다"며 "참신성과 인지도라는 서로 모순되는 과제도 절충해야 하는 등 복잡한 '경선 룰'과 관련해 김종인 위원장이 어떤 묘수를 꺼내들지 지켜보자"라고 기대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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