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경기 부진 완화→경기 위축' 평가
코로나19 재확산에 신용카드 매출액 12.1%↓
"거리 두기 2단계, 서비스업 중심으로 타격"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KDI는 8일 발표한 '9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코로나19가 재차 확산되며 경기가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내수는 코로나19 국내 확산이 둔화됨에 따라 부진이 일부 완화됐으나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의 하방 압력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KDI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 연속 '경기 부진'으로 봤으나 올해 1~2월 '경기 부진 완화'로 경기 흐름 평가를 바꿨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지난 3월부터 5개월 동안 '경기 위축'으로 경고 수위를 높였다. 지난달 6개월 만에 '경기 부진 완화'로 진단했으나 한 달 만에 다시 '경기 위축 가능성'을 꺼내 들었다.
세부 지표를 보면 7월 전(全)산업생산은 1년 전보다 조업일수가 이틀 감소하면서 1.6% 감소했다.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17.2%), 기계장비(9.3%) 등이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자동차(-9.3%)를 비롯한 대다수 제조업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며 2.5% 쪼그라들었다. 계절 조정 전월과 비교하면 광공업 생산이 1.6% 증가하면서 전산업생산은 0.1% 늘었다.
서비스업 생산은 예술·스포츠·여가 서비스업(-29.8%), 숙박·음식점업(-9.4%) 등 대면 접촉이 많은 업종을 중심으로 감소세를 이어가며 -1.3%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 비교하면 도·소매업은 1.4% 감소했지만, 금융·보험업은 2.2% 늘어나면서 서비스업 생산이 0.3% 증가했다.
7월 제조업 출하는 1년 전보다 4.2% 감소했지만, 전월보다는 1.6% 증가했다.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 비율)은 116.0%로 1.7%포인트(p) 하락했다. 재조업 생산 능력 지수는 전월과 같은 103.7이다.
7월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7.2로 전월보다 0.2p 상승했다. 향후 경기 상황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99.9)보다 0.4p 오른 100.3을 기록했다. 특히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기준치(100)를 상회하는 모습이다.
다만 KDI는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방역이 강화되면서 향후 경기 회복 흐름이 제약될 것으로 판단했다. 8월 계절 조정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59→66으로, 전산업 업황 BSI가 62→66으로 개선되면서 지난 2월과 유사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하지만 이 수치는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증가로 인한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
7월 소매판매액은 내구재가 큰 폭으로 늘면서 전년보다 0.5% 증가했다. 내구재는 승용차(18.0%)가 세제 혜택의 축소에도 불구하고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가운데 가전제품(16.2%), 가구(31.3%)도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며 10.2% 증가했다. 반면 준내구재와 비내구재는 각각 1년 전보다 8.2%, 0.8% 줄었다. 전월과 비교하면 소매판매액은 6.0%나 뒷걸음질했다.
KDI는 "소매판매액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서비스업생산의 감소폭은 확대된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비가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8월 중순 이후 대면접촉이 많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소비가 다시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카드의 분석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실시된 지난달 19일부터 30일까지 신용카드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1% 감소했다.
7월 설비투자는 운송장비가 감소로 전환되면서 6.7% 증가율을 기록했다. 건설업체가 실제 시공한 실적인 건설기성(불변)은 건축 부문의 감소폭이 축소되고 토목 부문의 증가 폭은 확대되면서 -0.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 보면 설비투자는 2.2% 감소했으며 건설기성은 1.5% 늘었다.
수출은 주요국에서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가 일부 반등하면서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됐다. 8월 수출은 -9.9%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전월(-7.1%)보다 감소폭이 확대됐으나 일평균 수출액은 전월(-7.1%)보다 감소 폭이 축소된 -3.8% 증가율을 보였다.
7월 전체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27만7000명 감소했다. 대부분 연령대에서 취업자 수 감소폭이 축소됐지만, 청년층(15~29세)에서는 감소 폭(-17만 명→-19만5000명)이 확대됐다. 계절조정 15세 이상 고용률은 59.8%였으며 실업률은 4.2%로 나타났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를 보였다. 저유가 흐름은 지속됐지만 긴 장마와 집중호우 영향으로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며 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보다 0.4% 오르는 데 그치며 지난해 2월(1.1%) 이후 1년6개월째 0%대를 유지했다.
금리는 향후 국채발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승했으며 주가는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에 기인해 변동성이 확대됐다. 8월 국고채 금리는 전월 말보다 14bp 상승한 0.94%를 기록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전월 말보다 3.4% 오른 2326.2를 보였다.
KDI는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경기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다시 위축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방역단계가 강화된 이후 신용카드 매출액이 급감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소비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