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시설물유지관리 고도화가 아닌 일반화, 수만명 실직할 것”
건산법 시행령 개정 위법·위헌 소지 드러나…강행하면 소송 제기
“국토교통부의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 시행령 개정은 ‘악법도 법이다’라는 식으로 밀어붙인 꼴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위법·위헌’ 소지가 드러났다.”(시설물유지관리업계 관계자 주장)
정부가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을 사실상 폐지하려고 하면서 관련 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건설산업기본법 하위법령 개정안에 따르면 시설물유지관리업은 등록제에서 자격제로 전환하고, 시설물 사업자는 2023년까지 종합건설업 또는 전문건설업으로 업종을 전환해야 한다.
국토부는 개정안에 따라 종합·전문으로 나뉜 건설업 영역의 칸막이를 허물고 시설물유지관리업도 개편 대상으로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존 시설물유지관리업자가 전문건설업으로 전환할 경우 전문건설업의 대업종 3개까지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종합건설업으로의 전환도 허용해 신축공사 수주 길도 열어주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설물유지관리업계는 국토부의 업종 전환 방침이 이해 당사자인 사업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으며, 업종 전환이 아닌 사실상 업종 폐지를 강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설물유지관리업은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발생하자 시설물의 안전·유지관리를 별도의 관리자에게 맡기자는 일환으로 도입됐다.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는 그 다음해 1995년 정부가 시설물관리업종을 허가하면서 1000여개의 업체의 사단법인으로 설립됐다가, 지난 2011년 당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로부터 건산법에 의한 협회설립인가를 받았다. 25년이 지난 현재에는 7200여개사의 회원사로 구성된 협회로 성장했다.
결국 건산법에 의해 존속됐던 업계가 이제는 건산법 개정에 의해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사업자 대다수가 업종 전환 이후 마땅한 대안이 없어 중소규모 업체들은 생계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7월 15일 협회 회원사 2000여명은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앞 도로에 모여 ‘건설산업기본법 하위법령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시설물관리업계 한 관계자는 “말로만 업종 전환이지, 사실상 힘없는 업계를 죽이는 셈”이라며 “직접 시공을 하도록 유도하고 불법 하도급, 페이퍼컴퍼니 등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법 개정의 취지는 좋으나, 오히려 그러한 문제들이 더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자격제로 전환하면 건설업을 하는 누구나 일정기간 교육기관의 교육을 받으면 자격증을 준다는 제도인데, 이는 시설물유지관리 고도화가 아닌 일반화로 본다”며 “업종폐지는 사업자 폐업과 함께 갈 곳이 없는 기술자들로 수 만 명이 실직하게 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더욱이 최근 협회가 김&장 법률사무소에 관련 검토를 의뢰한 결과, 시행령 개정을 통한 시설물유지관리업 폐지는 법제상 허용되지 않는 위헌적인 행정입법 부작위에 해당하며 입법권을 존중하지 않는 행정행위라는 소견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협회 관계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지난달 18일 국토부에 제출하고, 시설물업종 폐지 철회를 요구한데 이어 지난 1일에는 감사원에 국토부 대상 공익감사를 청구한 상태”라며 “국토부가 이 같은 의견을 무시하고 업종폐지를 강행한다면 위헌, 위법 사항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