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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도 안 나는 도시재생 때문에 재개발 안된다고?”…골목길 주민들의 분통


입력 2020.09.18 06:00 수정 2020.09.17 17:42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국토부도 도시재생사업지 공공재개발 대상에서 제외

“공공재개발 원해도 사업참여 방법 없어”

“도시재생 사업 완료됐지만 여전히 70년대 모습” 어이없는 주민들 반발

도시재생 사업이 완료된 창신동 일대 ⓒ창신동 재개발 준비위원회 도시재생 사업이 완료된 창신동 일대 ⓒ창신동 재개발 준비위원회

“도시재생사업은 당장 수술로 살려야 하는 사람을, 건강해 보이도록 얼굴 화장만 곱게 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처음부터 수술을 원했다.” (창신동 주민 A씨)


정부가 공공재개발 시범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도시재생사업지는 공공재개발 사업을 원해도 할 수 없게 됐다.


18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종로구 창신동 등은 공공재개발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으나, 서울시로부터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미 도시재생사업지로 선정돼 많은 예산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방안’인 5·6 대책에 따라 추진 중인 공공재개발사업의 시범사업 후보지를 오는 21일부터 11월 4일까지 45일간 공모한다.


앞서 국토부는 도시재생사업지의 공공재개발 참여 가능성을 열어놓았지만, 결국 서울시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와 논의 끝에 결국 도시재생사업지는 공공재개발 사업지로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공재개발을 준비하는 창신동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창신동은 지난 2014년 도시재생사업지구로 선정돼 수백억원을 들여 재생사업을 진행했지만, 도시재생 마무리 단계인 현재에도 과거 70년대 모습에서 더 발전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창신동 한 주민은 “도시재생사업은 주민이 적극적으로 원해서 한 사업이 아니지만, 재개발은 온 마음을 다해 원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서울시 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도시재생사업·관리형 주거환경사업 등 대체사업이 추진 중이거나, 도시관리 및 역사문화보존 등을 위해 관리가 필요한 지역 등은 공공재개발 검토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못 박았다.


창신동 일대에 걸린 현수막ⓒ창신동 재개발 준비위원회 창신동 일대에 걸린 현수막ⓒ창신동 재개발 준비위원회

창신동 주민들이 공공재개발 추진위원회까지 만들며 사업을 희망하고 있지만 사업지로 선정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정부의 사업 불가 방침이 확고할 뿐 아니라, 현재 공공재개발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조합이 20여 곳에 달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또한 창신동 봉제사업 일부 종사자들은 산업 쇠퇴가 우려된다며 재개발을 반대하고 있다.


창신동 주민인 송영복씨는 ‘창신동 공공재개발의 필요성’이라는 글에서 “봉제업체는 과거 1500~1800개 업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으나, 지금은 전체 인구의 15%수준으로 많이 줄었다”며 “봉제업체는 다시 조사해 봉제아파트를 지어 배치하면 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재개발을 하겠다고 나선 조합들은 많고 정부는 고르기만 하면 되는 상황인데, 시범사업을 꼭 성공시켜야 하는 정부는 논란이 있는 곳보다는 무조건 사업이 잘될 것 같은 곳을 선택해 진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도시재생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여전히 거주환경에 불편을 겪고 있다면 공공재개발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도시재생을 통해 주민들의 거주환경이 나아져야 하는데, 체감하지 못하니 재개발을 원하는 것”이라며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벽화를 그리거나 주민 커뮤니티 시설을 만드는 등 보여주기식 사업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주민의 실질적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시재생은 주민화합에 역점을 두고 시간적 여유 들여 주민이 공감하는 도시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주민들이 원하는대로 쾌적한 정주환경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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