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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성동일 "IMF 때는 빨간양말, 코로나19 '담보'로 위로 할 것"


입력 2020.10.04 00:02 수정 2020.10.04 00:24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CJ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IMF 때는 빨간양말로 웃음을 드렸는데 코로나19에는 '담보'로 위로해드리고 싶어요."


배우 성동일은 영화 '담보'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발발 후 맞은 첫 연휴인 추석에 사람들의 웃음과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영화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담보'는 인정사정 없는 사채업자 두석(성동일)과 그의 후배 종배(김희원)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하지원/ 박소이)를 담보로 맡아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누군가의 아빠를 많이 연기했던 성동일은 이번에도 부성애로 관객들을 울린다.


하지만 이번에는 친자식이 아닌, 데려다 키우는 여자 아이의 보호자에서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며 조금 다른 결의 부성애를 표현했다. 이런 감정은 세 자녀를 둔 성동일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이었다.


"친자식이 아니고 입양해서 키운 자식이다보니 제일 힘들었어요. 9살부터 성인이 되는 시간도 길었고, 일반적인 아빠와 딸의 관계는 아니었잖아요. 친자식한테는 타박도 하고 훈수도 둘 수 있지만 두석은 승이에게 훈수를 두지 못하죠. 두석에게 승이는 어렵고 조심스러운 존재예요. 또 두석이가 가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서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죠. 많은 걸 해주고는 싶은데 입 밖으로 내기 어려우니까 몰래 돈을 모으고 있던 것도 두석이의 투박한 표현방식인거죠."


성동일은 JK필름 윤제균 감독의 영화 '귀환' 제안을 받았지만, '담보' 시나리오를 읽고 생각을 바꿨다. 세 자녀 성준, 성빈, 성율에게 보여줄 수 있는 따뜻한 내용이란 점이 가장 컸다.


"아이들이 '우리가 볼 수 있는 영화를 찍어달라'해서 선택한 영화입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말하는 영화를 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언론시사회 때 우리 아이들도 데려와 보여줬는데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준이는 희원이 삼촌 보고 안쓰러워서 울었대요. 빈이는 원래 눈물이 많아서 저 나올 때 많이 울었나봐요. 그런데 또 초반에 툴툴 거리는건 딱 아빠라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이 재미있게 봐준 것 같아 좋아요."


ⓒCJ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성동일과 호흡을 맞춘 9살 승이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로 얼굴 도장을 찍은 박소이가 연기했다. 그는 박소이의 눈동자를 본 후 단번에 강대규 감독이 캐스팅한 이유를 납득했다고. 성동일은 어른들과의 촬영에서 높은 이해력으로 연기하는 박소이를 보며 차오르는 감정을 자주 눌러야 했다.


"묘하고 특이한 눈을 가졌어요. 소이가 현장에서는 에너지가 넘쳐요. 촬영장을 놀이공원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린 나이에 정해진 상업논리에 움직여야 하니 힘들기도 할거에요. 우리는 간접경험과 상상이라도 해 연기를 하는데, 소이는 경험이 없으니까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래도 어른들 말을 빨리 이해하고 몰입도도 좋아서 잘 찍을 수 있었어요. 소이가 이불 속에 들어가 우는 신에서는 눈물이 나 죽겠더라고요."


성동일은 '담보'가 가족영화답게 따뜻한 톤과 확실한 메시지를 주는 영화라는 점에서 다행스러웠지만, 이야기를 연결하는 일부 신의 편집은 배우로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을 느꼈다.


"두석이가 큰 아빠를 때릴 때 다짜고짜 왜저러나 생각하실 것 같더라고요. 사실 승이를 팔아넘기도록 한 젊은 브로커가 있었고, 두석이가 브로커를 추적해서 큰 아빠의 만행과 주소를 알아내는 신이 있었어요. 동인천 역에서 이틀 동안 찍었는데 삭제됐더라고요.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웠어요. 또 승이를 친아빠에게 데려다주고 종배한테 바보라고 구박 받는 장면이 있잖아요. 종배가 갑자기 두석에게 그러는게 아니라 40대 때 퀵서비스를 하면서부터 몸이 안좋아졌고, 그걸 눈치 챈 종배가 '친자식도 아닌데 왜 그러고 사냐'고 야단치는 장면이 있었어요. 갑자기 캐릭터가 변한 것 같다고 느낄까봐 걱정은 됐지만 전문가들이 한 작업이니 믿고 가는 거죠. 영화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으니까요. 감독님이 다 그렇게 연출하신 의도가 있으시겠죠."


그는 후반부 사라진 두석과 종배, 승이와의 눈물 속 재회신을 두고 강대규 감독과 각자 생각하는 방향이 달랐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성동일은 극중 두석이 감정을 절제해 한 번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지만 그 장면에서 만큼은 감정을 내보이고 싶었고, 강대규 감독은 끝까지 두석의 감정선을 그대로 융지하고 싶어했다.


"저는 끝까지 못 알아보는 걸로 가되 어느 정도 여지는 던져주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눌러왔지만 여기서 눈물을 글썽이거나 한 방울 정도 떨어뜨리고 싶었는데, 강 감독님은 눈물을 흘리지 않길 바라더라고요. 그래서 제의를 했죠. 아예 못알아보는 눈빛부터 눈물 고이고 한방울 떨어뜨리는 것까지 한 테이크로 연기할테니 알아서 골라 편집하시라고요."


IMF 외환위기 시절 성동일은 드라마 '은실이' 양정팔이란 역으로 능청스럽고 쾌활한 양정팔 역으로 시청자에게 웃음을 줬다. 성동일은 이 드라마를 통해 '빨간양말'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성동일은 "이상하게 경제가 어려울 때 저를 찾으시는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어려워지면 화려한 것보다 위로받을 수 있는 걸 원하는 것 같아요. 3~4000억원이 투입된 할리우드 영화에 길들여져있어 관객들이 과연 중급 영화가 눈에 차겠나 싶겠지만, 우리의 정서를 담은 영화니까 공감은 할 것 같아요."


성동일은 강남의 설렁탕 값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누군가 두시간 동안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을 읽어준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즐겨주세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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