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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재인 정권 사람들 염치가 있어야지”


입력 2020.10.06 08:30 수정 2020.10.06 08:46        데스크 (desk@dailian.co.kr)

예.의.염.치(禮.義.廉.恥), 4개 무너지면 나라 멸절(滅絶)

“이거 어디 남사스러워 얼굴 들고 다니겠나!”

‘가짜 뉴스’·‘재판에서 밝히겠다’·‘대법원 판단 구하겠다’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바라본 청와대 위로 적색 신호등이 들어와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바라본 청와대 위로 적색 신호등이 들어와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추석 연휴 때 볼 책을 사러 갔다가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를 골랐다. 표지가 분홍색으로 좀 거시기해도 제목에 마음이 끌렸다.


책을 읽다 보니, 일제(日帝)에 의해 불행하게 끝났지만, ‘조선(朝鮮)왕조의 시대정신은 염치(廉恥)’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체면을 차릴 줄 알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인 염치를 조선 500년의 시대정신으로 꼽을 수 있다니, 좀 의외였다.


국사편찬위원회의 <조선왕조실록> 국역본 홈페이지에서 ‘염치‘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2067번이나 나온다고 한다. 일제 때 편찬된 고종과 순종실록은 조선왕조 사관(史官)들의 엄격한 편찬 규례에 따르지 않았다 하여, 태조(1392)부터 철종(1863) 까지의 470년 간의 기록이 정통으로 인정받는다.


개국 초기인 태종 10년(1410)에 “예.의.염.치(禮.義.廉.恥) 즉 ‘예절’과 ‘의리’‘청렴’ 그리고 ‘부끄러움을 아는 태도’는 나라를 다스리는데 필요한 4가지 근본[四維]으로 하루도 없어서는 안 된다”고 나온다.


이 4가지의 원칙 중 하나가 무너지면 나라가 기울고, 두 개가 무너지면 위태하고, 세 개가 무너지면 전복되고, 4개 다 무너지면 나라가 멸절(滅絶)된다. 예.의.염.치.가 무너지면 나라까지 멸망할 수 있다는 경고가 조선왕조실록에 158번이나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조선의 시대정신은 염치’라고 하기에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세조 8년(1462), 사헌부는 영의정 황수신(黃守身) 등을 처벌하라고 임금 세조에게 아뢴다. “예.의.염.치는 네 가지 근본 원칙[四維]으로, 진실로 이것이 없으면 사람은 그 사람이 아니며 나라는 그 나라가 아니니 진실로 두려운 것입니다”라고 상소한다.


황희(黃喜) 정승의 셋째 아들인 황수신(黃守身)의 비리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부인이 숨져 장사 지내는 과정에서 전답 몇 마지기[畝]를 슬쩍 사용했다고 사헌부는 이런 겁나는 상소를 올린다.


70여년이 지난 중종(中宗) 33년(1538)에는 “사람에게는 욕심이 있으므로 그것을 막지 아니하면 반드시 예(禮)를 버리고 의(義)를 업신여기게 돼,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어져, 못할 일이 없게 됩니다”


지금 상황에 딱 들어맞는 이 말은 홍문관 부제학(副提學) 김수성 등이 임금에게 올린 ‘절약과 검소, 백성의 구휼’에 관한 상소문에 나오는 구절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다음에 나온다. 중종은 부제학 김수성의 상소문에 대해 “조목조목 논한 것이 지금의 폐단에 바로 적중된 말이다. 마땅히 다시 유념하여 반성하겠다”고 답(答)한다.


중종(재위 1506~1544)은 “백성과 소통에 힘쓰겠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 같은 듣기만 좋은 취임사는 하지도 않았지만, 신하들의 직언(直言)에 대해서는 바로 반응을 보였다.


‘부끄러움’은 자존감(自尊感)을 느끼는 사람만이 갖는 아주 소중하고 고급스런 감정이다. 얼마 전까지도 보통 사람들은 본인이나 자식 등 주변 사람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이거 어디 남사스러워 얼굴 들고 다니겠나!”하면서 심히 부끄러워했고 심한 경우 스스로 세상을 등지기도 했다.


지난 날 시골에서는 큰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살림을 조용히 정리해 일가가 밤중에 몰래 마을을 떠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 남은 사람들은 떠난 사람을 동정하고 먼데서라도 잘 살기를 빌어주곤 했다.


나라가 해방되고 전쟁이 끝나고 경제가 좋아져 먹고 살만한데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은 자꾸 늘어나고 있다. 명색이 법무부의 전.현 장관인 조국.추미애, 전.현 국회의원 손혜원.윤미향 등등 많다. 언론에 의혹이 보도되면 ‘가짜 뉴스’라고 잡아떼고,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면 ‘재판에서 밝히겠다’ 그러고, 법원에서 판결이 나면 ‘대법원의 판단을 구하겠다’고 한다.


외교부 강경화 장관의 집안일도 그렇다. 남의 집 일에 끼어들고 싶지는 않으나, 아무리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이라도 그렇지 그 나이 되면 염치가 뭔지 자제(自制)가 뭔지는 알만한데, 참 딱하게 됐다.


소설가 박완서(朴婉緖)는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라는 단편에서 종로와 광화문에 수많은 학원이 있는데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학원은 왜 없는가, 세태를 한탄했다.


정말이지 그런 학원이 지금 생기면 어떨까. 아마 ‘양심에 털난 크고 작은 양아치’들은 가지 않고, 착하고 마음 여린 사람들만 바글바글 모여 “세상이 이런데도 왜 나는 염치없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을까?”하며 애꿎게 머리만 쥐어뜯지 않을까 걱정된다.


ⓒ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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