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금소법 시행…역대급 과징금 도입에 영업 부담
대출 연장·유예 조치 종료에 한계기업 급증도…긴장감↑
금융당국의 각종 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내년 은행들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으로 영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는데다 코로나19 관련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서 연쇄적인 부실 쓰나미가 몰려올 수 있어서다. 특히 지난해 한계기업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우리나라뿐 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실물경제의 회복속도가 더딘 만큼 내년도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은행권에서는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금소법 시행령 제정안을 두고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소법 시행령 제정안을 오는 12월 6일까지 입법예고하고 의견수렴 후 내년 3월25일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금소법은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설명의무나 부당 권유 행위 금지 등 판매행위 규제를 강화하고 이를 위반한 금융사에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며 청약철회권, 위법계약해지권 등 소비자의 권리를 확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은행들이 큰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징벌적 과징금 제도 도입이다. 금소법은 과징금 부과·한도를 위반 행위로 얻은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의 50% 이내로 하고 ‘수입 등’의 정의를 시행령에 위임했다. 시행령에서는 위반의 정도에 상응자하는 제재를 부과하고자 수입 등을 상품 유형별로 계약의 목적이 되는 거래금액으로 정의했다.
또한 불완전판매 행위를 한 직원의 형벌도 ‘3년 이하 징역·1억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2억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됐다.
은행들은 향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판매액의 50%를 과징금으로 내야 되는 리스크를 굳이 안고 펀드를 판매할 이유가 없다며 결국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적금을 제외하고 은행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판매가 위축되면서 금융산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상품 선택의 폭이 제한되는 역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명의무 사안 중 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 권유하는 행위 금지라고 되어있는데 이해가 부족한 사람에 대한 기준도 모호해 경우에 따라서는 모든 상품 판매가 불법 판매가 될 수 있다”며 “상품숙지의무에 대한 명확한 규정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3월이면 코로나19 관련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만료되면서 잠재부실이 본격적으로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도 불안요소다.
은행권이 최근까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기업과 자영업자에 대출 만기 연장을 해준 규모는 68조원, 신규 대출은 43조2000억원으로 총 111조2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다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한계기업은 3475곳으로 전년(3182곳) 대비 239곳 늘어났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18년 12월 3.1%였던 한계기업의 예상 부도확률도 올 6월 평균 4.1%로 오르면서 신용위험 또한 높아졌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은행권의 건전성 지표는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유예 조치 등에 따른 착시효과”라며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에도 불구하고 잠재 부실에 대한 우려감이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이어 “비이자부문의 회복 부진과 대손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내년 은행권의 수익성이 둔화될 것”이라며 “플랫폼을 보유한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혁신서비스 개발 등을 통해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