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XM3 유럽물량 따냈지만…줄파업 이끌던 강성지도부 연임
한국GM, 트레일블레이저 미국 론칭…노조 파업으로 신차효과 차질
기아차, 해외판매 두 달 연속 7%대 증가…노조는 파업 준비중
완성차 업체 노동조합들이 잇달아 강성 움직임을 보이면서 관련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는 시점에 노조 리스크가 심화되면서 제대로 기회를 살리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일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는 전날 진행된 5대 집행부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박종규 현 노조위원장의 연임을 확정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강성 성향을 보여 온 박 위원장과 실리 성향의 김동석 후보가 맞붙었으며, 박 위원장이 56.8%를 득표해 당선됐다.
2년 전부터 현 4대 지도부를 이끌고 있는 박 위원장은 지난해 파업을 주도하고 지난 9월 민주노총 가입을 추진하는 등 강도 높은 투쟁 전략을 펼쳐 왔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도 기본급 쟁취, 노동강도 완화, 배치전환 합의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르노삼성 노조는 사측과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도 갈등을 겪어왔으며, 지난 9월 6차 실무교섭 이후 교섭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해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낸 상태다. 향후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과반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합법적인 파업에 나설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노조위원장 선거로 노사가 냉각기를 가졌으나 5대 집행부 임기가 시작되는 12월부터 사측과의 교섭이 재개되면 파업 찬반투표 등을 무기로 사측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 노조는 이미 파업으로 상당 규모의 생산차질을 초래한 상태다. 노조는 사측과의 올해 임단협 교섭이 난항을 보이자 지난달 23일부터 쟁의행위 차원에서 잔업·특근을 거부하고 있다.
중노위의 쟁의조정 중지와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해 쟁의권을 확보하게 되자 지난달 31일과 이달 2일 각각 전후반조 4시간씩 부분파업을 단행했으며, 이달 6일과 9일에도 같은 방식으로 파업했다.
한국GM 따르면 잔업·특근 거부와 4차례 부분파업으로 1만2000대의 생산 손실을 입었다.
사측은 노조 파업에 따른 유동성 악화를 이유로 2100억원대 규모의 부평공장 투자 계획을 전격 보류하겠다고 밝혔으나 노조는 계속해서 파업으로 사측을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기아차 노조 역시 지난달 3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중노위 조정 중지 결정으로 파업권을 확보한 채 사측에 잔업 복원과 전기차 및 수소차 모듈 부품 공장 사내 유치, 노동이사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완성차 업계 노조의 강성화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회복의 기회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글로벌 자동차 판매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0% 증가한 795만대를 기록했다. 월별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자동차 판매량이 늘어난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특히 그동안 부진했던 미국와 유럽, 중국, 인도 등 주요 시장이 전년 대비 증가세로 전환되며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수출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다.
기아차는 지난 9월부터 해외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반등을 시작했다. 9월에는 7.7%, 10월에도 7.0%의 해외 시장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아직 해외 일부 공장의 가동률이 완전치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국내 공장의 수출 물량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GM은 하반기부터 미국 시장에서 본격 판매를 시작한 쉐보레의 글로벌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의 원활한 공급이 시급하다.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로 미국에서 초기 신차 붐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물량 확보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르노삼성 역시 내년부터 유럽에 공급되는 소형 SUV XM3 물량을 따낸 상태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수출물량 회복이 요원해질 수 있다. 르노삼성은 현재 미국 판매용 닛산 로그 수탁생산계약이 종료되며 수출실적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요 회복 시점에 파업으로 적기 물량 대응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파업 기간 뿐 아니라 그 이후까지 노사 모두에게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