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현역 의원 대상으로 한 당무감사 연기 요청
대대적 물갈이 예고된 바 있어…당내 다독이기 평가
원외 당협위원장들 반발 기류…부작용 최소화 관건
최근 '리더십 위기설'에 휩싸였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본격적으로 당내 인사들 달래기에 나선 모양새다. 당초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하며 당내 분란의 씨앗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샀던 당무감사도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10일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김종인 위원장은 당무감사위에 최근 각 지역의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현역 의원들에 대한 당무감사를 정기국회 이후로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요청은 국정감사 이후 예정된 정기국회에서 현역 의원들이 당무감사에 신경이 분산되는 것을 막고 예산 입법에 보다 집중하기를 바란다는 취지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지도부 행보에 대한 당내 인사들의 공개적 불만이 표출되는 등 당 장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김 위원장이 현역 의원들을 달래고 리더십의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당의 명운이 걸렸다는 평가를 받는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확한 당 정체성 확립과 차기 주자 선출이 지지부진하다는 평가 속에 조직의 근간을 뒤흔드는 강력한 당무감사를 시행하기엔 부담이 따랐을 것이란 평가다.
한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당을 하나로 단합해 단일대오를 형성해 선거에 임해도 부족할 판에 현역 의원들까지 '당 쇄신 작업'이라는 미명 아래 화살을 겨냥하기엔 리스크가 너무나 크다"며 "비대위 출범 후 줄기차게 상승하던 당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후 횡보하며 동력이 떨어진 측면도 있다"고 언급했다.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이날 공석 중인 사고당협 30곳에 대해 조직위원장 공모에 나선 것도, 현역들을 쳐내며 전폭적인 물갈이에 나서는 것 보다는 불가피하게 균열이 생긴 지역 조직을 신속하게 재정비하고 보궐선거 동력을 구축하는 데 힘쓰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조강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양석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보궐선거 핵심 지역인 서울서 6곳의 사고당협이 발생한 것을 거론하며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이 6곳을 좋은 인물로 충원하는 것이 우리 특위의 당면한 업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원외 신분인 당협위원장들에 대한 당무감사는 이미 진행된 상황이며, 당 지도부의 방침대로 현역 의원들에게는 칼날이 미치지 않으면서도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어느 정도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기류가 감지되며 술렁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은 통화에서 "아무래도 현역 의원들만 당무감사 시기를 미뤄준다는 것은 원외로서 차별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나를 포함한 상당수의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중앙당에서 지역 조직에 실질적인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면서 당무감사는 원외로만 돌며 큰소리 친다'는 불만이 쌓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무감사가 실질적인 객관성을 담보하기 보다는 지도부의 입맛에 맞게 진행되는, 일종의 정치적 작업이라는 해묵은 불만의 목소리가 또 다시 등장하기도 했다.
또 다른 원외 당협위원장은 "당무감사 때 김종인 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 행보를 비판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며 "이번 비대위 체제가 수립한 새로운 정강정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당협위원장 개개인의 사상과 부합하는지를 물어보기도 한다. 이것은 일종의 사상검증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무감사위는 김 위원장의 요청과 별개로 원외 당협위원장들에 대한 감사를 마친 후 현역 의원들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감사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무감사는 지도부와 별개로 당헌에 명시되어 있는 정기적 의무로, 계획대로 전국의 당협에 대한 감사를 철저하게 진행한다는 기조에 변화는 없다"며 "객관적이고 선명한 감사가 이뤄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