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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SNS시대 인플루언서의 자화상, 영화 ‘페뷸러스’


입력 2020.11.12 14:03 수정 2020.11.12 14:04        데스크 (desk@dailian.co.kr)

2020년 전세계 스마트폰 보급대수는 35억대로 세계 인구의 45%가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은 보급률 95%로 세계 최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영화를 보고 게임도 즐기며 주변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일상을 보낸다. 더욱이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한 소통은 실제 인간관계를 대체하는 필수 아이템으로 활용되고 있다. 광고효과 또한 커서 SNS를 통해 제품을 홍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캐나다 출신 멜라니 샤르본느가 감독한 영화 ‘페뷸러스’는 유튜버였던 자신의 20대 시절을 오마주 한 작품으로 SNS를 통한 세 젊은 여성들의 일과 우정을 그린다. 잡지사 인턴으로 근무하는 로리(노에미 오파렐 분)는 정직원을 꿈꾸지만, 팔로어가 2만 명이상인 인플루언서만 채용하겠다는 편집장의 결정에 낙담한다. 잡지사에서 작가가 되려면 팔로어를 늘려야 하는데 어느 날 로리는 인스타그램 스타 클라라(줄리엣 고셀린 분)를 만나면서 팔로어를 늘려간다. 하지만 친구이자 페미니스트인 엘리(모우니아 자흐잠 분)는 영혼을 파는 그의 행동을 못마땅해 한다.


SNS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젊은 시기, 특히 20대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행복하고 화려한 삶을 꿈꾼다. 인플루언서가 되면 자신을 콘텐츠로 하여 세상과 소통할 수 있고 대중의 인기를 기반으로 인지도를 높이면서 돈까지 벌 수 있다. 영화는 클라라를 통해 화려한 외모와 옷차림, 언제 어디서든 휴대폰을 꺼내 영상을 찍고 올리는 인플루언서의 일상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동시에 많은 팔로어를 모으기 위해 남들보다 더 나은 삶으로 포장해야 하고 대중의 요구에 맞춰 살아야 하는 피로와 고충도 담는다. 영화 ‘페뷸러스’는 SNS가 소통과 교류의 창구지만 사생활도 보장되지 않고 심지어 오프라인에서는 진짜 친구도 없는, 화려한 삶 그 이면의 감춰진 외로움과 상실감을 지적하고 있다.


페미니즘에 대한 이슈도 완곡하게 담았다. 그동안 대부분의 페미니즘 영화에서는 사명감으로 전투적이거나 또는 거칠게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오곤 했다. 그러나 ‘페뷸러스’에서는 비교적 유쾌하게 여성 인권에 대한 담론과 그를 향한 사회의 인식을 담아내 공감을 자아낸다. 엘리는 SNS를 통해 여성을 성적 상품화하는 클라라를 배척하기 보다는 페미니스트 축제에 초대한다. 클라라는 그곳에서 “우린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말에 감동을 받고 스스로가 변화하고 본연의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를 맞게 된다. 또한 엘리는 클라라와 같은 길을 가는 로리가 탐탁지 않지만 그 또한 다양성을 인정하며 받아들인다.


여성영화로서의 감각이 돋보인다. 감독은 물론 제작, 작가 모두 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여성의 심리를 잘 나타내고 있으며 이 때문에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많은 여성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바 있다. 또한 여성 서사와 인플루언서를 주제로 SNS시대를 살아가는 고단한 청춘들의 애환, 그 속에서 우정을 찾는 모습은 꿈과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여느 여성서사보다 더 현실적이며 사실적이다.


“구독과 좋아요”는 근래 꽤 친숙한 표현이다. 이에 따라 ‘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도 생겨났다. 구독마케팅은 SNS를 주로 이용하는 20~30대 청년층을 타킷으로 했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소비가 늘어난 지금은 일상화가 되고 있다. 영화 ‘페블러스’는 SNS가 보편화된 요즘 젊은 여성들의 생활과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마케팅의 주요 수단이 되고 있는 사회상을 잘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다.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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