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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빅딜' 짊어진 이동걸의 '무거운 어깨'


입력 2020.11.16 14:59 수정 2020.11.16 15:00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천문학적 부채, 주주반발, 정치권 설득 등 난관 산적

'혈세투입 논란' '독과점 우려' 부정여론 잡는데 주력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빅딜'을 위해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데일리안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청사진을 그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공식화했다. 산업은행은 1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빅딜'을 위해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이날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산경장)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항공업계 구조조정 방안 등을 확정했다. 국내 1, 2위 항공사의 합병이 성사되면 보유자산이 40조원에 달하는 세계 10위권 초대형 글로벌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다만 국내 최대 항공사를 통합해 초대형 국적항공사를 출범시킨다는 정부의 구상이 현실화하기 위해선 2000%가 넘는 아시아나의 부채비율 문제와 독과점 논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3자 주주연합의 경영권 분쟁 해결 등 넘어야할 난제가 적지 않다. 이 회장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무엇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을 놓고 혈세 투입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3조3000억원을 이미 소진했고,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무산 후에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자금 2400억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이미 대한항공도 올해 4월 정부로부터 1조2000억원을 가져다 쓴 상태다.


산업은행이 이번 빅딜을 통해 정부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국적 항공사도 살리고 혈세 낭비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이 언제 정상화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더 큰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를 좀처럼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이동걸 회장은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항공산업에 대해 선제 대응이 절실했다"며 "새롭게 탄생할 통합 국적항공사는 글로벌 항공산업 톱10 수준의 위상과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또 "항공산업 정상화에 소요되는 정책자금 투입규모 최소화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투입된 정책자금 회수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왜 혈세로 지원하나" "항공료 오르겠네" 부정여론 해소에 사활


이 회장 입장에선 주주들의 반발을 비롯한 여론의 향배도 살펴야 한다. 현재 산업은행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번 발표 직후 여론은 인수과정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혈세로 투입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실제 관련 게시판과 댓글 등에는 "쓰러져가는 기업을 왜 혈세로 지원하나", "국영화는 아니라며 대기업에 세금을 지원하는게 말이 되는 얘긴가"라는 등의 비판 목소리가 높다. 국내 1, 2위 항공사의 통합에 따른 독과점 문제도 마찬가지다. "경쟁하지 않으면 항공료는 오르고, 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아울러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대립하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도 "법률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저지하겠다"며 대대적인 여론전을 예고했다. 이번 빅딜 계획을 발표하기 전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한진그룹의 아시아나 인수를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이 오르기도 했다.


여론 악화는 정치적 제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이 부정적 여론을 다잡지 못하면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등에서 "이런 식의 인수합병은 안된다"는 정치권의 반발과 마주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시장에서 독점의 폐해 등 시장의 우려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산은과 한진그룹은 단일 국적항공사가 지니게 될 국가 경제와 국민의 편익·안전 측면에서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무엇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내 항공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에도 이바지하는 등 국민 경제적 측면의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고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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