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제고 위한 ‘탈통신’ ·‘책임경영’ 강조
B2B 지속 성장, 전체 매출 비중은 아직 미미
지지부진 주가 부양 위해 자사주 3천억 매입
구현모 KT대표가 취임 8개월째를 맞이했다. 12년만에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로 기대를 한몸에 받은 구현모 대표는 책임경영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탈(脫)통신을 강조해왔다.
구체적으로는 신사업 육성을 통한 비통신 분야 매출을 대폭 끌어올려, ICT플랫폼 회사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이를 통해 저평가된 KT 가치도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아직은 성과보다 갈길이 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구현모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23년 3월 정기주총까지다. 물론 임기의 3분의1을 넘었을 뿐, 성과를 운운하기는 이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은 시점이다.
◆ 체질 개선 한창…미래 먹거리 B2B 성장 더뎌
“2025년까지 비통신 매출 비중을 50%로 키우고 별도 기준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
구 대표가 지난 10월, 취임 7개월만에 가진 첫 기자간담회서 밝힌 사업 목표이다. KT는 본업인 통신사업이 정체를 겪자 신성장 동력 발굴로 눈을 돌렸다. KT의 최근 5년간 성장률은 유선 사업 부진으로 1% 수준에 그쳤다. 비통신 매출을 통신과 대등한 수준으로 올려 통신회사(텔코)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으로 전환, 이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부문(B2B)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새로운 B2B 브랜드 ‘KT엔터프라이즈’를 필두로 ABC플랫폼(AI, 빅데이터, 클라우드)에 역량을 집중, DX(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장에서 1등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글로벌 DX시장은 2023년 2조3000억달러(한화 약 26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최근 13번째 데이터센터를 용산에 오픈했으며, 관련 분야 인력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디지털 신사업 컨설팅 개발 인력은 1500명에 달하며, AI핵심 인력도 매년 300명 이상 확보할 방침이다.
이같은 전략은 3분기 실적에서도 읽혀진다. KT는 올해 3분기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으나 미디어, B2B 사업 성장 등으로 비통신 매출 비중은 42%를 넘겼다. KT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6조12억원, 영업이익은 2924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3.4%, 영업이익은 6.4% 각각 감소했다. 별도 실적은 견조했으나, 그룹사 매출 감소와 설비투자 영향으로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표를 받았으며 이통3사 중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했다.
B2B 매출은 6903억원으로 전년 대비 0.8% 성장했다. 구 대표가 공들인 인공지능 및 디지털전환(AI·DX) 매출은 1347억원으로 같은기간 8.1% 늘었다.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내년 매출도 두 자릿수 증가세가 전망된다. 다만 성장세는 지속중이나 B2B가 총 매출(6조12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현재로선 미미하다.
5G 가입자 확보도 더 속도를 내야 한다. 3분기 누적 5G가입자는 281만명이다. 연말까지 자사 이통가입자의 25%인 360만명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신규 중저가 요금제 출시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의 하락이 있었으나, 고객기반 확대와 아이폰12 등 출시 효과로 5G가입자 증가를 꾀한다.
◆ 주가부양 ‘고심’…M&A·자사주 매입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KT는 차기 유료방송 M&A에서 확고한 1위 확보를 위해 케이블 업체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중이다. 앞서 회사는 지난 2018년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했으나 국회에서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3분의1을 넘지 못하는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로 중단됐다. 올해 합산규제가 없어지면서 현대 HCN에 이어 딜라이브 인수까지 도모하는 것이다. 딜라이브 매각 예비입찰에는 KT만 단독 참여했다. 여기에는 M&A전문가인 구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만약 KT가 현대HCN에 이어 딜라이브까지 인수하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41.45%로 압도적인 시장 1위가 된다. 가입자는 1392만4649명이다. 2위인 LG유플러스와의 격차는 16%포인트 이상이다. 딜라이브의 시장 예상 매각가는 1조원, KT가 제시한 액수는 7500억~8000억원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인수하는 것이 관건이다.
주가 부양을 위한 자사주 매입도 단행했다. KT는 3분기 실적 발표날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 됐다”며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인다고 밝혔다. 이같은 대규모 매입은 2009년 이석채 회장 시절 KTF와의 합병을 앞두고 5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한 이후 11년만이다.
여기에는 KT의 오랜 고민이 서려있다. KT 주가는 2002년 5만4000원에서 현재 2만원대로 반토막이 됐다. 수개월간 2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지난 3월에는 코로나19 여파로 1만7000원대까지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이같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구 대표는 취임 당시부터 주가 회복을 강조하고, 지난 3월 1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표출해왔다.
다만 이같은 노력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증권가의 분석이다.
한편 17일 기준 KT 주가는 2만3500원을 기록중이다. SK텔레콤은 23만3000원, LG유플러스는 1만14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