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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실형 받은 ‘프듀’ 제작진, 더 무거워야할 농락의 대가


입력 2020.11.19 08:37 수정 2020.11.19 08:3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 투표 순위를 조작한 제작진들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적인 책임도 당연히 그들이 받아야 할 죗값이지만, 그보다 피해자들을 농락한 것에 대한 대가는 더 무겁게 짊어져야 한다. 누군가의 꿈을 짓밟은 대가는 결코 가볍게 넘기기 힘들다.


지난 18일 오전 서울고등법원 제 1형사부(정준영 부장판사)는 ‘프로듀스’ 시리즈에 대한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용범CP, 안준영PD 등 CJ ENM 엠넷 관계자 3인과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전현직 연예기획사 관계자 5인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 안준영, 김용범은 프로듀서로서 최종 선발할 멤버를 미리 정해 놓았음에도 온라인 및 문자 투표, 현장 투표를 통해 데뷔조를 선발한다고 시청자들을 속여 유료 문자 투표를 하게 하여 방송사로 하여금 문자 투표 수익금 상당을 취득하게 했다”며 “시청자 투표 결과를 조작함으로서 방송사 업무를 방해하였고 나아가 피고인 안준영은 연예기획사 관계자들로부터 소속 연습생들에게 유리하게 도와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3700만원에 달하는 향응을 제공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안 PD에 대해 징역 2년과 추징금 3699만여원을, 김 CP에게 징역 1년8개월을, 이 모 보조PD에 대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안 PD와 김 CP는 1심에서도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1심에서 벌금형을 받은 연예기획사 관계자 5인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단순히 투표 결과 조작으로 방송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것보다, 이 사건이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그로 인한 피해자가 다수 발생했다는 것이다. 믿고 투표에 참여했던 다수의 시청자들은 사실상 농락은 당한 것이 됐고, 꿈을 좇아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던 연습생들은 그 꿈을 펼칠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다.


재판부도 이를 의식해 억울하게 탈락시킨 연습생의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시즌1 1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김수현과 서혜인이 탈락됐고, 시즌2 1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성현우가 탈락됐고, 시즌2 4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강동호가 탈락됐다. 또 시즌3 4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이가은·한초원이 탈락됐으며, 시즌4 1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앙자르디디모데가 탈락됐고, 시즌4 3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김국헌·이진우가 탈락됐다. 시즌4 4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는 구정모·이진혁·금동현이 탈락됐다.


그 중 데뷔권에 있었으나, 피고인들의 순위 조작으로 탈락한 연습생은 시즌3 이가은·한초원과 시즌4 구정모·이진혁·금동현이다. 이가은과 한초원의 조작 전 최종 순위는 각각 5위와 6위였다. 또 구정모, 이진혁, 금동현은 시즌4에서 각각 6위, 7위, 8위를 기록했지만 데뷔하지 못했다.


엠넷은 항소심 선고 공판 이후 곧바로 입장문을 통해 사과와 함께 피해 연습생들에게 보상을 약속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후부터 자체적으로 파악한 피해 연습생분들에 대해 피해 보상 협의를 진행해 오고 있었다”면서 “일부는 협의가 완료됐고, 일부는 진행 중이다. 금번 재판을 통해 공개된 모든 피해 연습생분들에게는 끝까지 책임지고 피해 보상이 완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엠넷이 ‘책임’지겠다는 물질적 보상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 물질적 보상이 전부는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재판에서 실형을 받은 피고인들이 느껴야할 책임감은 더 막중하다. 억울하게 탈락된 연습생들에 대한 피해 구제는 물론, 순위 조작으로 인해 데뷔조에 들거나 유리한 결과를 얻은 연습생들도 그들이 책임져야 할 몫이다.


재판부가 이들의 명단을 따로 공개하지 않은 것이 순위 조작 행위를 한 제작진을 대신한 희생양이 될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실제로 공판 이후 그룹 아이즈원을 향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미디어도 일제히 아이즈원의 활동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아이즈원은 시즌3를 통해 탄생한 그룹이다. 현재 ‘프로듀스’ 시리즈로 탄생한 그룹 중 유일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룹이기도 하다.


앞서 이들은 정규 1집 발매를 앞두고 ‘프로듀스’ 시리즈 투표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조작돌’이라는 오명을 쓰고 개최 예정이었던 쇼케이스를 취소했다. 이후 정규 1집 발표 이후 지난 6월 미니 3집을 발표했고, 지난달에는 일본에서 싱글 앨범을 냈다. 더해 내달 12일 컴백을 확정하고 엠넷의 시상식 ‘MAMA’에도 출연할 계획이다.


대중이 아이즈원이라는 그룹을 지지할지, 그렇지 않을지는 그들의 선택이지만 여론에 휩싸여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지 않도록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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