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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속 보이는 엠넷의 욕심, 시청률과 신뢰회복의 딜레마


입력 2020.11.22 14:00 수정 2020.11.22 11:2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신뢰 회복 언급했지만, 이후 행보 이해하기 어려워

MAMA에 워너원 합동 공연 추진…소속사 관계자들, 반발

"협박에 가까운 요구. 내부에서 응해줄 수 없다고 결론"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엠넷의 욕심이 결국 화를 불렀다.


‘프로듀스’ 시리즈 투표 조작 사태로 주요 제작진에 대해 실형이 선고됐고, 그로 인한 피해 연습생 명단까지 공개된 와중에 엠넷이 ‘물질적인 보상’ 외에 어떤 책임을 보여주고 있는 걸까. 물질적 보상은 물론, 방송국에서 보여줘야 할 도덕적 책임은 도통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18일 서울고등법원은 ‘프로듀스’ 시리즈를 연출한 안준영PD와 김용범CP에 대해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또 피해 연습생들에 대한 실질적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 보상의 시작으로 이들의 실명을 공개하는 것을 결정했다.


시즌1 1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김수현과 서혜인이 탈락됐고, 시즌2 1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성현우가 탈락됐고, 시즌2 4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강동호가 탈락됐다. 또 시즌3 4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이가은·한초원이 탈락됐으며, 시즌4 1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앙자르디디모데가 탈락됐고, 시즌4 3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김국헌·이진우가 탈락됐다. 시즌4 4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는 구정모·이진혁·금동현이 탈락됐다.


엠넷은 항소심 선고 공판 이후 곧바로 입장문을 통해 사과와 함께 피해 연습생들에게 보상을 약속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후부터 자체적으로 파악한 피해 연습생분들에 대해 피해 보상 협의를 진행해 오고 있었다”면서 “일부는 협의가 완료됐고, 일부는 진행 중이다. 금번 재판을 통해 공개된 모든 피해 연습생분들에게는 끝까지 책임지고 피해 보상이 완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물질적 보상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 도덕적 책임이다. 하지만 엠넷의 행보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 오히려 ‘신뢰회복’과 ‘시청률’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듯 보인다. ‘신뢰 회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 ‘캡틴’을 방송하고, ‘프듀’ 시즌2를 통해 탄생한 그룹 워너원의 합동 무대를 성사시키기 위한 물밑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갑질’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엠넷은 현재 12월 6일 진행 예정인 ‘2020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이하 ‘2020 MAMA’)에 워너원 합동 무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전 멤버들이 각자의 소속사에서 솔로 아티스트로, 혹은 각자의 그룹으로 자리를 잡고 활동하고 있는 상태다. 물론 이들이 다시 워너원으로 뭉쳐 함께 무대를 꾸민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그 것이 조작 사태가 수면위로 드러나고, 피해자들의 명단까지 공개된 현 시점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단순히 ‘시청률’ 혹은 ‘화제성’을 위한 선택으로밖엔 받아들이기 힘들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을 섭외하는 과정이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엠넷은 현재 이들이 소속돼 있는 기획사에 막무가내로 출연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요구가 있었다. 내부적으로는 더 이상 엠넷의 갑질에 응해줄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속사의 관계자 또한 “워너원의 합동 무대를 준비한다고 했고, 응하지 않을 경우 그에 따른 피해를 볼 것 같아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미 각자의 소속사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강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요청에 응할 계획은 현재까지 없는 상태”라고 못 박았다.


외부적으로는 신뢰회복과 책임감을 논하면서, 보이지 않는 뒤로 또 한 번 갑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엠넷이 진짜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감을 논하고 싶다면, 물질적 보상과 함께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보여줘야 한다. 심지어 피해자와 한 소속사에서 몸담고 있는 멤버들에게까지 출연을 강요하는 건 최소한의 도덕성까지 결여된 것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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