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금태섭은 누구 표를 가져갈까…여야의 셈법

여당 사람도 야당 사람도 아닌 금태섭의 출사표

무소속 출마 강행하면?…"야권 분열 단초 될 수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에서 강연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 23일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자 민주당 측에서는 즉각 금 전 의원을 비판한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나오지 않았다.

금 전 의원은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에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공천에서 탈락해 친문 지지자들로부터는 미운털이 박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금 전 의원이 국민의힘에 입당해 범야권의 후보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그가 국민의힘 입당에 선을 긋고 '무소속' 출마 의지를 내비치며 셈법이 복잡해졌다.

금태섭 "맡을 역할 있으면 책임지겠다"
"국민의힘 입당, 어느 면에서도 도움 안 돼"

금 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내년 서울시장 선거는 대단히 정치적 성격을 가진다"며 "맡을 역할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서울시장 출마설'의 가능성을 활짝 연 셈이다.

다만 금 전 의원은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이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제안한 '혁신 플랫폼'에 참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그는 '국민의힘 입당은 선택지에서 배제한 것이냐'는 질문에 "내년 선거가 민주당에 대한 평가의 선거가 돼야 한다, 국민들이 집권세력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야당에 대해서도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안이 없이 답답하지만 차악을 선택해야 되는 것인데 그냥 국민의힘으로 입당하게 되면 그 변화를 시키지 못하고 그냥 합치는 것일 뿐이다"며 "어느 면에서도 제가 입당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금 전 의원은 안 대표가 말한 '제3의 플랫폼'에 대해서도 "지금 플랫폼이나 이런 형식에 집착하게 되면 자칫 주도권 다툼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으니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하고 변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무소속으로 뛰는 건 어렵다'는 말에는 "항상 어려운 길을 마다하지 않고 살아왔다"며 의지를 내보였다.

與 박용진 "탈당계 잉크도 안 말랐다…이것도 진영 간 경쟁 과정"
'범야권 후보될 가능성도'…말 아낀 국민의힘

금 전 의원의 당찬 출사표에 민주당 측에서는 즉시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 소속 당시 '쓴소리 동지'로 유명한 박용진 의원은 금 의원의 출마 의사에 "아직 탈당계에 잉크도 안 말랐다. 벌써 서울시장 등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이 조금 빨라 보인다"고 했다.

박 의원은 "친했고 좋아했던 정치인이지만, 이것도 진영간의 경쟁 과정이다"며 "경쟁후보로 나오게 된다면 비판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대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셈법이 더 복잡한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을 비판하며 탈당한 금 전 의원이 만약 무속으로 완주한다면 '중도보수층' 등 야권의 표를 가져갈 공산이 크지만, 그가 범야권의 단일 후보가 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야권 일각에서도 금 전 의원을 범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꼽기도 했지만, 이는 금 전 의원이 국민의힘에 입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무소속' 출마를 반길 수만은 없는 것이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여당에서 탈당한 사람이기 때문에 여당 지지자들이 금 전 의원을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고, 결국 민주당 내에서 합리적 비판의 목소리를 낸 그를 좋아한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에서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야권 분열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 전 의원이 선수로 뛰겠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본다"며 "민주당 안에서 했던 이야기들에 대해서도 결국 정치적 순수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도 이날 통화에서 "금 전 의원이 국민의힘 입당을 약속하지 않는 한 '시민후보' 방식을 통해 야권의 후보가 될 가능성은 없다"며 "민주당을 탈당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야당의 사람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