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에 내쫓긴 윤석열, 정치권에 들어온다면
野 규합할 수도 있지만, 기존 잠룡 입지 '흔들'
朴 탄핵 관련 악연으로 분열 씨앗될 수도
'정치인 윤석열, 오히려 與에 꽃놀이패' 의견도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직무배제 조치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존재감이 계속해서 커지면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 속내도 복잡해지고 있다.
윤 총장의 정치적 부상이 범야권 세력 결집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윤 총장의 존재로 인해 국민의힘 내에 전재하는 잠룡들의 입지가 흔들리는 '제로섬 게임'이 일어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같은 아이러니가 윤 총장이 정치권에 발을 들이는 데 하나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 총장을 '여권 인사'라고 규정하며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데는 이러한 고민도 담겼다는 해석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5일 윤 총장을 "여권에 속한 사람"이라고 규정하며 '추윤갈등'에 대해 "여권 내에서 자기들끼리 내부의 갈등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여권 잠룡들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은 윤 총장의 합류 여부에 따라 술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빼달라'는 본인의 의사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월 7~9일 실시한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윤 총장의 지지율이 24.7%로 오차범위 내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더 큰 문제는 윤 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얽힌 일 때문에, 그가 검찰을 떠나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입문할 경우 야권 분열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으로 당시 수사팀장이던 윤 총장과 악연을 맺은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윤 총장을 영입하면 보수 분열이 온다"고 전망한 이유다.
김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보수 진영이 윤 총장을 영입하는 것은 민주당이 우병우 전 수석을 대선주자로 내세우겠다는 것과 같다"며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때릴수록 커지는 윤석열의 존재'가 여권에도 악재가 아닌 꽃놀이패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윤 총장의 부상으로 추미애 장관을 비롯한 정권이 약간 타격을 받더라도 콘크리트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의 지지율은 흔들림이 없는 반면, 국민의힘에는 결국 악재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바로 이런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5일 '추윤 갈등'이 극에 달하는 상황을 두고 '여권의 수'라고 해석했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권을 향해 "참 영악한 집단들"이라며 "윤석열 검사를 앞세워 소위 국정농단 수사로 보수 우파 진영을 궤멸시켜 놓고 추미애-윤석열 갈등을 만들어 검찰총장을 반대 진영의 주자로 세우도록 야권 분열을 작업한 후 정권을 재창출한다? 참 대단한 반간계다"고 했다. 반간계란 적의 첩자를 거꾸로 이용하거나 이간질을 통해 서로 반목하게 만드는 계략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에 대해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윤 총장을 영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선을 그으며 "현 상황에서 윤 총장이 야당에 들어오면 본인은 물론 야권 전체가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은 검사로서의 직을 지키며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본연에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며 "윤 총장에 대한 국민의 지지 역시 그에 관한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