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포털에 朴-文 정부 13가지 비교글 게재돼 화제
"윤석열 찍어내기 보니 '채동욱 사태' 욕할 것 아니었다"
'소통 대통령' 어디에도 없어…논란에 당당하게 설명해야
지난 주말 온라인을 달군 글이 있었다. 서울대 재학·졸업생 전용 포털 스누라이프에 게재된 '박근혜 대통령님, 미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로 박근혜 정부와 현 정부를 무려 13가지 사유로 비교, 풍자했다.
이 글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배제 조치 언급으로 시작된다. 익명의 글쓴이는 "두 집 살림한다고 채동욱 잘랐을 때 욕했었는데 이번에 사찰했다고 윤석열 찍어내는 거 보니 그건 욕할 것도 아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했다.
2013년 9월 13일 박근혜 정부에서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자 의혹'으로 사의를 표명하자, 문재인 대통령(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을 포함한 야권에서는 국가정보원 대통령 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가 채 총장을 "찍어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결국 끝내 독하게 매듭을 짓는군요. 무섭습니다"라는 트위터 글은 연일 화제가 됐다.
글쓴이는 또 문 대통령의 '소통 대통령' 공약을 비꼬듯, "태블릿 나와서 사과 기자회견할 때 사퇴 안 하고 뭔 사과를 하고 있냐, 왜 기자 질문은 안 받냐고 욕했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나와서 사과라도 하는 건 정말 인품이 훌륭한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2016년 10월 24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결정적 증거물이 된 태블릿 PC가 한 언론에 의해 발견되자, 다음날 대국민사과를 통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부동산 문제, 위안부 합의 문제 등 모두 13가지로 비교한 이 글의 마무리는 이렇다. "박근혜 정부가 최악의 정부라고 욕해서 미안합니다. 그때는 이렇게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미안합니다." 일명 '서울대 사과문'으로 퍼진 이 글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은 건 지난 3년여간 쌓여온 현 정부에 대한 분노가 이 대목에 함축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했던가. 촛불 정국 당시 소통, 공정, 개혁, 협치 등을 강하게 약속했던 문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뒤에 숨어 여권을 동원하는 '비겁한 대통령'의 이미지가 돼 버렸다. 박근혜 정부를 겪은 국민이 좀 더 나은 세상이 되길 바라며 현 정부의 출범을 지켜보고 문 대통령에 기대했지만, 오히려 실망감만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윤 총장에게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고 했던 문 대통령이 자신은 나서지 않고 윤 총장 찍어내기를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은 국민적 분노를 더욱 일으키고 있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문 대통령은 지금 어디에도 없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양 극단으로 나뉜 '조국 사태' 당시에도 중요 현안에 대한 대통령 입장 표명 촉구 목소리가 커졌을 때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통수권자의 도의와 의무는 주요 현안, 특히 정치적 논란이 있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직접 당당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서울대 사과문'과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무능의 아이콘이었던 박 전 대통령이 졸지에 성군이 돼 버렸다"(27일 서민 단국대 교수)는 비아냥이 나오는 현 상황이 참으로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