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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로 다시 눈 돌리는 생보사 왜


입력 2020.12.09 06:00 수정 2021.01.11 16:51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빅3 투자부동산 5000억 넘게 불어…올해 들어 증가 전환

갑작스런 제로금리에 대안 부각…불확실성 속 베팅 '촉각'

국내 빅3 생명보험사 투자부동산 자산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빅3 생명보험사들의 부동산 투자 규모가 올해 들어 5000억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관련 투자를 줄여오던 기조와 대비되는 흐름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이후 제로금리가 현실화하면서 투자 여건이 악화되자 부동산이 다시 대안으로 주목을 받는 모습이다. 저금리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생명보험업계가 이를 통해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리는 가운데, 불안한 열기를 이어가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여건을 감안하면 과도한 투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3개 생보사가 보유한 투자부동산 자산은 총 10조708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7%(5765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부동산은 이름 그대로 영업용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토지와 건물, 기타 부동산을 가리키는 말이다.


생보사멸로 보면 우선 삼성생명의 투자부동산이 같은 기간 6조4487억원에서 6조8576억원으로 6.3%(4089억원) 증가했다. 한화생명의 투자부동산 역시 2조5535억원에서 2조7557억원으로 7.9%(2022억원) 늘었다. 교보생명의 해당 자산만 1조1295억원에서 1조949억원으로 다소(3.1%·346억원) 줄었다.


이 같은 대형 생보사들의 부동산 투자 확대는 불과 1년 전 상황과 사뭇 달라진 추세다. 당시 생보업계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격적인 시장 억제 정책에 나서자 이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이들 3대 생보사는 지난해 투자부동산 규모를 11조6185억원에서 10조1317억원으로 14.7%(1조4868억원)나 줄인 바 있다.


하지만 정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 현실이 확인되자 생보사들의 부동산 투자는 다시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갑작스런 제로금리 시대를 맞이하게 된 측면도 이런 움직임을 더욱 뒷받침한 요인으로 평가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0%대까지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어 한은이 5월에도 0.25%포인트의 추가 인하를 결정하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0.50%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한 상태다.


이처럼 금리가 떨어지면 통상 투자 수익률도 함께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이는 고객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잘 굴려 다시 돌려줘야 하는 보험사에게 악재일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더욱이 과거 고금리 앞세운 저축성 보험을 대거 판매했던 생보업계로서는 저금리에 따른 역마진 우려가 한층 클 수밖에 없다. 금융권 전반이 시장 금리 추락으로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생보업계가 남다른 고민에 빠져 있는 이유다.


실제로 생보사들의 투자 효율을 역대 최악 수준까지 악화된 실정이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생보사들이 기록한 운용자산이익률은 3.3%로 1년 전(3.5%)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생보업계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운용자산이익률이다.


이 때문에 생보사들로서도 더 이상 자산운용 수익률 하락을 감내할 수만은 없는 처지가 됐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해법으로 떠오른 방안이 부동산 투자다. 전통적으로 부동산은 채권 등 유가증권보다 자산운용 측면에서 나은 성과를 안겨주는 대안으로 여겨져 왔다. 더구나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부동산 자산 가치가 치솟으면서 투자처로서의 매력이 더욱 높아지는 형국이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최근 부동산 가치의 상승은 갈 곳을 잃은 유동성이 일시에 쏠린데 따른 효과로 해석된다. 저금리로 인해 시장에 풀린 돈은 많아졌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 보니 부동산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불안한 마음에 너도나도 부동산 시장에 뛰어드는 이른바 패닉바잉 현상이 짙어지면서 악순환이 계속되는 흐름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물경제의 성장이 동반되지 않은 현재의 부동산 가치 폭증은 정상적인 현상이라 평가하기 힘들다"며 "당분간 부동산 시장이 금융사의 자산운용 측면에서 저금리로 인한 투자 수익률 부진을 일부 메꿀 수 있는 핀 포인트 역할은 할 수 있겠지만, 그 비중을 대체투자 수단 이상으로 확장하는 움직임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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