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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주 연말 배당을 어쩌나…금융당국 '명분 찾기' 고심


입력 2020.12.21 14:28 수정 2020.12.21 14:28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금감원 "불확실성 대비해야" 배당성향20% 권고하며 '압박'

"호실적인데 배당 낮추라니"…여론 반발에 '관치' 논란까지

여의도 금융가 모습. ⓒ데일리안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연말 배당 자제를 권고하면서 향후 주주들과 여론의 반발을 최소화할 명분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배당을 줄여 부실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금융사에 대한 과도한 경영 개입이라는 관치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은행권과 결산 배당 축소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인 가운데 주요 금융지주에 배당성향을 20% 안팎으로 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보다 5~7%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우리금융 27%, KB금융 26%, 하나금융 26%, 신한금융 25% 등이었고, 배당총액 기준으로는 신한금융이 883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KB금융(8610억원), 하나금융(6165억원), 우리금융(5050억원) 순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에도 신한금융을 비롯한 주요 금융지주가 3분기 '분기 순이익 1조 시대'를 열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고,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순이익만 해도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한 9조원에 달했다.


주주들 입장에선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최근 4년 간 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상장사들은 배당성향을 꾸준히 높이며 지난해 20%대 중반까지 끌어올린 상태였다.


이에 은행권은 배당성향이 20%까지 낮아지면 외국인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떠나는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신한·KB·하나금융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60%가 넘는다.


유독 저평가에 시달린 은행주가 금융당국의 배당 축소 요구에 더욱 힘이 빠지면서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이 주주총회 결정사항에 대놓고 개입하는 과도한 관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지주사 한 관계자는 "은행이 유보금을 충분히 쌓아두는 등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부실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데, 배당을 줄이라는 권고를 주주들이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라며 "연말인데도 주가가 빠지는 분위기라서 반발이 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주 연말배당 축소를 반대합니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1일 오후 3천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며 경제부문 청원 4위를 기록했다. 여론과 맞물려 정치인들이 끼어들 수 있는 사안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금융당국이다.

당초 일방적으로 "배당을 줄이라"며 권고했던 금융당국도 "위기에 대응하되, 배당은 원칙대로 하라는 것"이라며 다소 유연해진 입장으로 선회했다. 최근 경제 관련 정책을 좌우하는 '큰손'인 동학개미들이 "공산당식 관치 아니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14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전성 평가) 결과를 놓고 적정하게 배당하면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금감원은 코로나19 충격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스트레스 테스트의 결과를 바탕으로 배당과 관련된 최종안을 전달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권고대로 배당을 축소하더라도 '호실적인데 왜 배당을 낮추냐'는 주주를 설득할 객관적 근거를 제시해줘야 하지 않나"라며 "아직까지 숫자로 설명할 확실한 명분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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