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벗어나 전력생산, 건설기계, 트램, 선박 등 적용분야 확대
정 회장, 연초 "연료전지 판매 본격화" 플랜 현실로…수출 성과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은 올해부터 수소전기차 뿐 아니라 시스템 판매를 본격화하겠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해 1월 2일 신년사에서 밝힌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스펙트럼 확대 전략이 지난 1년간 상당한 진척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2030년까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70만기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며, 그 중 50만기는 현대차가 제작하는 수소전기차에 공급하고, 나머지 20만기는 다른 용도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그룹 내 계열사 및 외부 기업·기관 등과 협력해 다양한 분야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하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왔다. 대외 판매 성과도 거뒀다.
대표적인 분야가 전력 생산·저장 분야다. 현대차는 지난 9월 스위스 수소저장 기술 업체인 ‘GRZ 테크놀로지스’ 및 유럽의 에너지 솔루션 스타트업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수출했다. 이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의 비(非) 자동차 부문 첫 수출 사례다.
GRZ와 에너지 솔루션 스타트업은 현대차그룹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활용해 비상 전력 공급용 및 친환경 이동형 발전기를 제작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유럽으로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수출을 발판 삼아 향후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전역으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의 해외 판매를 확대해 수소 사업의 영역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이달에는 국내 기업인 LS일렉트릭과 수소연료전지 기반 발전시스템을 공동 개발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양측은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과 LS일렉트릭의 전력계통망 통합솔루션을 결합해 고효율·친환경 발전시스템을 개발, 상용화할 것을 목표로 손잡았으며, 내년 중으로 시범사업용 발전시스템을 선보일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 기반 발전시스템은 필요한 시기에 즉시 출력 조절이 가능해 건물·산업용 비상발전 및 전력 피크 대응, 전동화 확산에 따른 전력망 부하 저감,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전력수급 변동성 및 전력망 불안정성 해소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향후 점진적 수요 증대가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자체적으로도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활용한 전력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연료전지모듈 5개를 나란히 연결해 450kW 전력의 수소 비상발전 시스템을 개발했다. 필요할 경우 수소연료전지를 추가해 전력량을 늘릴 수도 있다.
수소 비상발전 시스템은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비상 발전기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우수하고, 공해가 전혀 없는데다, 소음도 적어 오피스 빌딩이나 병원, 공동주택 등에서 정전시 비상 전력, 보조전력 등으로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차는 모빌리티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은 이동형 수소연료전지 발전기를 개발했다. 수소연료전지 스택 2기를 결합한 이 발전기는 최대 출력 160kW로 전기 공급이 어려운 지역이나 야외 촬영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또 전기차 2대를 동시 급속 충전할 수 있어 돌발 상황에서 배터리가 방전된 전기차를 충전하거나 모터스포츠용 전기차에 급속 충전용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높은 출력을 요하는 건설기계 분야에도 현대차그룹의 수소연료전지가 활용된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건설기계와 협력해 지난 9월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탑재한 지게차 개발에 성공했다.
이들 3사가 개발한 수소지게차는 최대 5t의 화물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중대형 지게차로, 수소 완충시 5시간 동안 연속 운행이 가능하다. 실내에서 작은 물건을 나르는 소형 수소지게차가 공개된 적은 있지만 중대형 수소지게차를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소지게차 개발을 위해 현대모비스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활용해 수소지게차에 최적화된‘연료전지 파워팩’을 독자 개발했다.
수소지게차 파워팩은 전기를 자체 생성하는 발전기로, 연료전지스택과 고전압배터리, 수소탱크, 냉각장치 등을 일체화한 시스템이다.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지게차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어 맞춤형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3사는 향후 울산 등 규제자유특구와 수소시범도시에서 수소지게차의 시범운행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실증 사업 결과를 토대로 항만, 공항, 물류센터 등 수소지게차 활용이 가능한 시범 사업을 발굴하고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현대건설기계는 수소지게차에 이어 수소굴삭기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수소굴삭기 역시 실증 평가와 시범 사업 등의 과정을 거쳐 오는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도심형 교통수단인 트램에도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이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현대로템이 개발 중인 수소전기트램은 전선과 변전소 등의 설비가 필요하지 않아 전력 인프라 건설,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운송 거리가 길고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데다 도심을 관통해 이동하는 만큼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공기 정화 기능까지 갖춘 수소전기트램은 미래 대중교통수단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로템에 따르면 수소전기트램은 1시간 운행시 성인 약 108명이 마실 깨끗한 공기를 생산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수소연료전지로 움직이는 선박도 등장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강원도, 강원테크노파크 및 어선제작기업들과 수소어선을 공동 개발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강원테크노파크와 어선제작기업들은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수소연료전지를 공급받아 5t급 수소어선을 제작하고 실증하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수소연료전지는 탑재하는 스텍의 개수에 따라 출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만큼 소형선에서 상용화가 이뤄지면 장기적으로 상선이나 여객선 등 대형 선박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자동차 외에도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며 “수소 대중화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다양한 신규 사업 모델을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