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장관 자질검증보다 도덕성 검증에 방점
구의역 김군 사고 관련 발언 10번 가까이 사과
딸 ‘아빠찬스’·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 적극 반박
1가구 1주택 추진·공공재개발재건축 사업 등 찬성
지난 23일 열린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에 대한 전문적인 경력·자질 검증보다는 ‘구의역 김군’ 관련 막말논란 등 도덕성 검증에 방점이 찍혔다.
부동산 정책 방향은 대체로 정부·여당의 기조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 후보자는 1가구 1주택 추진,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 공공재개발·재건축 사업 등에 대해 긍정적인 뜻을 표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 시작부터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고, 여당 의원들은 변 후보자의 과거 발언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서도 정책 검증에 집중해야 한다고 맞섰다.
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구의역 김군 발언에 대해 열 번에 가까운 사과를 이어갔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청문회를 준비하며 저의 지난 삶과 인생 전반을 되돌아봤다”며 “국민들의 마음과 아픔을 사려깊게 헤아리지 못했다는 반성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공직후보자로서 더 깊게 성찰하고 더 무겁게 행동하겠다”며 “이시간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는 모든 분들에게 사죄의 말씀 드린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격적인 청문회 시작 전부터 변 후보자가 국토장관이 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헌승 의원은 “후보자의 면면을 살필수록 이게 맞는가 싶을 정도로 참담하다”며 “구의역 사고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망자를 폄훼했고 임대주택 세입자에 대해서는 ‘못 사는 사람이 미쳤다고 밥을 사 먹느냐’고 했다”고 지적했다.
김희국 의원은 “변 후보자는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라며 “국무위원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품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중대재해법 취지 공감...김군 사고 ‘개인’문제 아닌 ‘구조적’ 문제 인정
이날 여러 의원들의 계속되는 지적에 변 후보자는 과거 발언에 대해 거듭 사과하며 김군 사고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강조했다.
변 후보자는 “당시 발언을 할 때는 산업 구조적인 측면에 대해 몰랐지만 이후에는 구조적 문제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이후 SH와 LH에 있으면서 건설현장에서 안전문제를 최우선적으로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법 제정취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변 후보자는 중대재해법에 대한 견해를 묻는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건설현장과 시설부분 안전성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며 “중대재해를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장녀 ‘아빠찬스’ 의혹...야당 의원들 “김군 사고 더 안타까워”
청문회에서는 변 후보자 장녀의 이른바 ‘아빠찬스’ 논란도 계속됐다. 변 후보자 장녀가 고교 입학 때 제출한 학업계획서에 변 후보자가 관련된 시민단체에서 봉사 활동을 했다고 기재한 것을 두고 ‘아빠 찬스’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장녀가 특목고 입학시 제출한 학업계획서 보면 환경정의시민연대, 청소력폭력예방재단 등에서 봉사활동했다고 기재됐다”며 “이 조직들은 후보자가 직접 몸담았던 조직이거나 사모님이 밀접하게 인연을 맺고 있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이에 변 후보자는 “고교 입시에 사용하지 않았고 지원한 학교에서도 떨어졌기에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특목고진학과정에서 엄마아빠가 부여한 스펙관리 찬스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조국 전 장관 사례가 생각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군은 공고 3학년 졸업 시점 자발적 비정규직이 됐고, 그의 부모님은 김군이 격무에 시달리는 것을 알면서도 그만두라고 하지 못했다”며 “장관 후보자는 내 자식은 특목고 진학위해 부모가 관여하면서도, 남의 자식의 절박한 근무환경을 도외시하는 그런 발언을 대비하니 경솔하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후보자의 구의역 김군 사고 발언과 관련해 세간의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김군이 (안타깝기)때문이기도 하지만, ‘내 자식’과 ‘남의 자식’을 대하는 것에서 드러나는 확연한 마인드 차이에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은혜 의원은 “딸의 환경정의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봉사활동도 아빠찬스가 아니냐”고 물었고 변 후보자는 “시민단체 활동에 대해 국민이 불편하게 느끼셨다면 죄송하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기회의 공정을 말씀 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일감 몰아주기·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적극 반박
변 후보자는 일감 몰아주기와 블랙리스트 작성 등 의혹과 관련해서는 적극 반박했다. 그는 “강한 개혁 과정에서 불만이 생긴 이들이 언론과 정치인에게 제보한 듯 하다”고 밝혔다.
그는 “SH 취임 당시 박원순 전 시장이 강력한 개혁, 새로운 공기업 탄생을 주문했다”며 “이후 강한 개혁 정책을 추진했는데, 그 과정에서 해당 정책에 불편함을 느낀 이들의 반발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의 의혹들은 “그런 분들이 해당 문제를 정치인이나 언론에 제보하면서 불거졌다”며 “공식적으로 떳떳하게 증언할 수 있다면 달게 받아들이겠지만, 뒤에 숨어서 실명도 밝히지 않은 채 왜곡된 내용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 1가구 1주택, 부동산 감독기구, 공공재개발·재건축 찬성
변 후보자의 부동산 정책 방향은 여권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의에 변 후보자는 “공급 측면에서는 재개발이나 재건축에 대해서 적절한 개발이익 환수장치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택공급 확대만을 위해서 규제를 완화하는 경우의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금리나 유동성 때문에 수요가 부풀려진 상태에서 추가적으로 수요를 유발하는 정책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과 같은 대출규제를 완화하면 지금도 가게 부채가 팽창돼 있는 상태에서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공공재개발과 재건축이 현재로서는 가장 적극적인 수단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변 후보자는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부동산거래분석기구 관련 질의에는 투기 세력 대응을 위해 부동산시장 감시기구인 ‘부동산거래분석원’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는 아파트가 최고급 주택 유형으로 거래가 용이하고, 부동산 거래 종사자가 많아 정보도 소통도 많기 때문에 언제든지 투기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빅데이터를 통해 이상거래가 나타났을 때 다른 집들의 값을 올린다든지 내린다든지 하는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체계적으로 거래를 분석하는 기구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이 추진하는 ‘1가구 1주택’ 법안 찬성 여부를 묻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는 “법안에 대해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기본적으로 주거기본법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