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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 시대 기업④] 경영환경 급변 속 산업 재편에 신(新) 전략 요구


입력 2020.12.24 07:00 수정 2020.12.23 19:24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코로나19로 기업 환경 변화에 미래 불확실성 극복 과제 부상

전문가들 "규제 아닌 진흥 관점에서 산업 정책·입법 수립해야"

대기업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자료사진)ⓒ연합뉴스

올해 초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기업들에게 지금껏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전대미문의 상황에 처하게 했다.


바이러스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기존 경영 방식과 전략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서 속수무책에 빠지기도 했고 기대하지 않았던 효과로 의외의 호황을 맞기도 하는 등 올 한해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게 전개됐다.


대면을 통해 전파되는 코로나19의 특성상 업종별로 미치는 영향도 달라 희비가 크게 엇갈리기도 했다. 삼성전자·LG전자·SK하이닉스 등 전자업종은 비대면 시대에 ‘집콕’하는 시간이 많아 지면서 반도체와 가전 수요가 늘어나 기대하지 않았던 호황을 맞으며 반전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관광·여객 수요 급감으로 직격탄을 맞아 고사위기에 몰리고 있는 항공업을 비롯, 자동차·철강·정유 등의 업종에서는 코로나19로 휘청거리고 있다.


이러한 업종별 온도 차에도 내년부터 닥칠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아 이뤄질 산업 재편과 시장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은 일맥상통한 상황이다.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시작된 만큼 본격적으로 접종이 이뤄질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기업 경영 환경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만 향후 어떤 환경에 놓이게 될지 알수 없는 불확실성이 더욱 증대된 상황이다.


이에 기업들은 향후 변화될 경영환경에 적응하지 않으면 생존을 담보할수 없는 만큼 새로운 경영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한편 기존과 다른 사고의 틀로 전략을 수립해 앞으로 불어닥칠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하는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이뤄질 기업 환경과 산업 지형의 변화로 그동안의 경영 방식과 전략이 전혀 통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들 입장에서는 현재의 어려움보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더욱 두려운 이유”라고 지적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176단 4D 낸드 기반 512Gb TLC.ⓒSK하이닉스

◆ 산업계, 미래 불확실성 대응전략 가속


올해 코로나19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가장 적었던 전자업종도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성장세를 이어갈 전략과 계획 수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활성화로 기업이나 개인의 재택근무가 늘면서 PC·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효과를 누렸다. 또 '집콕'하는 시간이 들면서 가전 교체 수요가 급증했는데 상대적으로 가전 비중이 큰 LG전자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반도체에서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의존적인 구조는 여전해 향후 비중이 더욱 커질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의 경쟁력 강화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과제로 떠올랐다.


또 코로나19로 예상외의 호황을 맞은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에서도 향후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는 보다 면밀한 대응 전략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수출 제한 가능성 등에 대비해 지역별 생산 체계를 더욱 고도화하고 비대면 수요 증가에 맞춘 판매·홍보·마케팅 전략 수립은 여전한 과제다.


비대면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IT업계도 산업과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대표격인 이동통신업계는 SK켈레콤·KT·LG유플러스 등 대형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탈(脫)통신' 기치로 종합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의 변모를 적극 추진 중이다.


이와 맞물려 이통사를 축으로 하는 유료방송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트렌드 확산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고성장세를 강화시키고 있어 관련 업체들이 사업 확장과 대응전략 수립에 나서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산업 수요 감소로 크게 고전했던 자동차업계도 발빠르게 미래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업계는 전통적인 내연기관에서 탈피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나아가 보다 확정된 모빌리티 분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해 나가고 있다.


실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코로나19 시기를 전후로 내연기관 생산라인을 축소하는 한편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구축해 주력 제품의 변화에 대비하고 있으며 이는 현대차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기아차는 내년을 본격적인 전기차 라인업 구축 원년으로 삼아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들을 잇달아 내놓을 예정이다.


기존 내연기관 차종과 플랫폼을 공유하던 파생 전기차와는 달리 E-GMP 기반의 전기차들은 내연기관과 태생을 달리하는 새로운 라인업으로 현대·기아차의 주력자리를 점차 대체해 나갈 전망이다.


‘넥쏘’로 대표되는 수소전기차와 현대차그룹의 수소연료전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수소전기 트럭·버스 등도 세계 친환경차 시장을 공략하며 시장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함께 ‘스마트 모비리티 솔루션 기업 전환’의 핵심 솔루션인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와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개발도 가속화한다.


또 최근 미국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결정하는 등 정의선 회장이 미래 현대차그룹 매출 중 20%를 책임질 것으로 예상한 로보틱스 분야도 포스트코로나 시대 신사업 확대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 시연 영상 ⓒ보스턴 다이나믹스 유튜브 캡처


◆ 포스트코로나 기업 화두는 ‘생존’…정부 지원 절실


올해 고사 직전의 위기에 빠졌던 항공업계도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내년 이후 이뤄질 수요 회복에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형항공사나 저비용항공사(LCC)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동안 지나치게 여객에만 의존해 온 실적 구조에서 탈피해 화물 사업 비중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 아시아나항공·이스타항공의 잇따른 인수 불발 이후 우여곡절 끝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 대형항공사간 M&A가 추진되는 등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경쟁력 강화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응해 나가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고 있는 만큼 정부도 보다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이뤄질 변화와 혁신에 대비해 새로운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전략을 수립해 나가고 있는 만큼 정부가 정책과 입법으로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과 노동관계 3법에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기업들을 옥죄는 법안들만 논의되는 현실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계와 산업계의 우려를 씻을 수 있는 규제에 대한 보완책 마련과 함께 정책과 입법을 통해 산업과 시장 재편의 태풍 속에서 산업 진흥과 기업 생존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권혁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전략팀장은 "현재 정책과 입법을 통해 논의되는 사안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규제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비대면 산업 활성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이뤄질 산업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진흥 및 지원 정책이 하루 빨리 구체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청사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가 주기돼 있다.ⓒ뉴시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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