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피하고자 정치적 해법 제시했지만 비난
'대화와 타협' 허용 않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
'백신확보 실패' 사실상 인정했다가 결국 후퇴
'의대생 국시 구제'도 꺼냈다가 지지층서 뭇매
정세균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정부여당과 다른 메시지로 반대세력에게 역공의 빌미를 주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갈등이 큰 사안에 대해 파국을 피하고자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치적인 해법을 모색한 것이 되려 지지층의 분노를 사고 있는 셈이다.
시작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사안이었다. 법무부의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직전인 지난달 30일 정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주례 오찬에서 두 사람의 동시사퇴를 건의했다. 초유의 검찰총장 중징계와 소송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나름의 고심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지지층의 반응은 냉담했다.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반응부터 "추 장관이 잘하고 있는데 왜 사퇴를 해야 하느냐" "정 총리가 대선을 노린다더니 자기정치를 한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지지층의 격한 반발을 감안했는지, 정 총리의 건의에 "고민이 많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진 문 대통령은 특정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다음날 문 대통령과 면담한 추 장관이 "사퇴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일축하면서 사안은 유야무야 됐다.
결과적으로 추 장관 주도로 중징계가 강행됐고, 윤 총장은 징계처분취소와 집행정지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형식적으로 피고는 추 장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문 대통령이 상대방이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어느 쪽이든 치명적인 결과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며, 추후 논란의 소지를 남겨둘 공산이 크다.
최근에는 '백신 확보' 관련 발언으로 지지층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20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한 정 총리는 "백신 TF가 가동될 때는 확진자 숫자가 100명 정도였다"며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았던 측면이 하나 있다"고 말했다. 백신 확보와 관련해 정부가 처음으로 오판을 인정한 대목이었다. '백신확보 실패를 인정하고 사죄하라'를 야권의 주장을 일부 수용해 정치적 논란은 줄이고 코로나 극복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야당이 얼마나 물어뜯을지 알면서 저런 말을 하느냐" "왜 언론에게 공격의 빌미를 주느냐" 등 강성지지층의 성토가 이어졌다. 결국 정 총리 측은 "백신 의존도가 높아진 국가들이 사용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도입하자는 의견이 많이 존재했다는 맥락에서 설명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를 두고 서민 단국대 교수는 "(정 총리의) 사과에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새로운 출발은 지난날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는 법"이라면서도 "아마 섣불리 정책실패를 시인했다고 질책을 들었을 테고, 그래서 자신도 믿지 않을 말들을 해명이라고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가장 큰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은 정 총리의 '의대생 국시 구제' 발언이다. 정 총리는 "국민 여론 때문에 신중한 입장이었는데 지금 처해있는 코로나 상황까지 고려해 조만간 정부의 결정이 있을 것"이라며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을 구제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 역시 의료공백의 파국을 피하고 정치적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지지층은 이 역시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코로나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에 반기를 든 괘씸한 의대생들을 용서할 수 없다'는 게 골자다. '의사국시 재시험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이 이어졌고 일부는 하루 만에 5만 명의 서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문자폭탄과 청와대 청원 등 강성지지층의 적극적 의사개진이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면서도 "지지층 성화에 정치적 입지가 줄어 해법을 찾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를 제때 풀지 못하면 '앙금과 복수'라는 후유증만 남게 되는데 안타깝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