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이어 인터넷은행까지 한도 줄이고 온·오프 대출 중단
집값 폭등에 코로나19로 대출 수요 여전…“새해 대출대란 우려”
은행권이 연말 강도 높은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다. 은행 대출창구의 문턱이 높아진 데다 일부 은행에서는 아예 대출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집값 폭증으로 신규 대출이 절실한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새해 대출대란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22일부터 31일까지 2000만원 이상의 신용대출에 대해 신규 신청과 증액을 해주기 않기로 했다.
또한 신한은행은 이달 23일부터 영업점 신용대출 신규접수를 중단하기로 했고 하나은행도 모바일 신용대출 상품 ‘하나원큐 신용대출’의 판매를 한시 중단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달 비대면 신용대출 한도를 기존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했고, 우리은행도 지난 11일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주력 상품인 ‘우리 원(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7일부터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직장인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의 신규 대출을 중단했고 케이뱅크도 21일부터 신용대출 금리를 최저 연 2.44%로 0.2%포인트 인상하고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는 최저 연 2.89%로 0.2%포인트 높였다. 또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은 직장인 대상으로 각각 2억5000만원, 1억5000만원을 한도로 적용키로 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대출 조이기에 나선 이유는 가계대출을 관리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은 연일 은행권에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지켜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은 7.9%로 연초(4.3%)보다 2배 가량 늘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로 신규 대출이 절실한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집값 급등과 코로나19 사태로 돈 들어갈 곳은 여전한 상황에서 대출을 조이면 제2금융권이나 사금융 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4조700억원 증가하면서 2016년12월 이후 4년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가계대출 급증의 원인은 따로 있는데 은행권에만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조이자 신용대출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났고 코로나19까지 맞물리면서 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현재까지 당국의 개입이 과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에서 우리나라의 민간 부문 부채 위험도를 주의에서 경보로 상향했다”며 “개별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대출을 내주고 싶은 요인이 있겠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부채 규모가 커 시스템 리스크를 발생시킬 수 있다”여 이같이 밝힌 바 있다.
윤 원장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강화해 다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을 함께 고려해 조화롭게 관리 방향을 끌고 나가겠다”며 내년에도 당분간 이 같은 지침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은행도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되는 상황이지만 은행에만 지나치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느낌”이라며 “대출 수요가 여전한 만큼 새해 대출대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