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인사' 논란 최윤희 차관, 1년 만에 교체
스포츠 윤리센터는 노조 갈등 등 논란과 직면
임명 당시부터 구설에 휘말렸던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부임 1년 만에 물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차관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문체부 2차관에 김정배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을 임명했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19일 2차관에 임명됐던 최윤희 차관은 1년 만에 문체부를 떠나게 됐다.
최윤희 전 차관은 임명됐을 때부터 ‘보은 인사’ 논란에 휘말렸던 인물이다. ‘아시아의 인어’로 불렸던 수식어는 이미 30여 년 전 이야기이고, 2016년까지 약 15년간 자녀 유학을 위해 미국서 체류했던 최 전 차관은 2018년 갑작스레 국민체육진흥공단 자회사인 한국체육산업개발의 첫 여성대표로 취임한 뒤 문체부 차관 자리까지 올랐다.
이렇게 파격적인 행보를 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체육계에서는 ‘친문 행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바라봤다. 실제로 최 전 차관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체육인 200여명을 대표해 문재인 후보 지지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문체부 실무 담당자 역할을 해야 할 차관으로서의 최윤희는 어땠을까.
최 전 차관이 취임하고 난 직후, 전 세계에 불어 닥친 코로나19 여파가 국내 체육계까지 뒤덮었고 급기야 2020 도쿄 올림픽이 연기되는 일이 벌어졌다. 올림픽을 진두지휘하는 것이 사실상 가장 큰 임무였던 최 전 차관 입장에서는 역할이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지난 7월, 안타깝게 사망한 트라이애슬론 유망주 ‘최숙현 사건’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다시 한 번 체육계 갑질 및 폭력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 터지자 최 전 차관은 직접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최윤희 차관을 단장으로 한 특별팀이 꾸려졌고 재발 방지를 위해 스포츠 윤리센터도 출범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문체부 국정감사 당시 이후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면서 업무 파악의 미숙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다. 더욱이 최 전 차관이 많은 관심을 쏟았던 스포츠 윤리센터는 노조 갈등, 인사 채용 논란 등 제 갈 길을 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최윤희 전 차관이 1년 만에 물러나면서 ‘실패한 인사’라는 혹평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후임 차관에게 많은 기대가 쏠리는 것 또한 아니다.
청와대는 신임 김정배 2차관에 대해 “행정 전문가로 문체부 업무 전반을 이해하고, 정책기획력과 소통역량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실무인 체육 쪽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김정배 신임 차관은 30년 공직 생활 중 대부분을 문화 쪽에서 일을 했고, 체육과 관련된 일은 국제체육과장(1년), 동계올림픽 특구기획담당관(5개월)이 고작이다.
코로나19의 공포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체육계의 전망은 여전히 어둡기 만하다. 여기에 내년 열릴 도쿄올림픽과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선수 인권 문제 등 숙제가 산적해있다. 어설픈 인사로 한국 체육계의 발전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 아닌지 걱정의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