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2%대 저금리 비중 줄고 3%대 증가세
기업대출과 대조…“코로나에 부실 눈덩이” 우려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연 3%대 금리가 적용되는 가계대출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업대출의 경우 연 2%대 금리가 적용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어 대조를 이뤘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면서 대출 금리를 인상한 데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기준인 신규 코픽스 금리가 상승한 데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향후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중 연 3~4%대 미만 금리 비중은 8.3%로 전월(7.8%) 대비 0.5%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3%대 미만 금리 비중은 이 기간 87.6%에서 86.9%로 떨어졌다.
반대로 기업대출은 3%대 미만 금리 비중이 늘고 3%대 비중은 줄었다. 실제 대기업대출의 경우 3%대 비중이 9월 14.8%에서 10월 10.2%로 4.6%포인트 하락하는 동안 3%대 미만 금리 비중은 79.6%에서 82.6%로 3%포인트 늘었다.
중소기업대출 역시 3%대 미만 금리 비중은 68.2%에서 70.7%로 2.5%포인트 증가한 데 반해 3%대 금리 비중은 21.7%에서 20.3%로 1.4%포인트 줄었다.
한국은행이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사상 최저 수준인 0.50%로 떨어지면서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대출만 저금리 비중이 낮아지고 있는 이유는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11월 0.90%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상승했다.
여기에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출 금리를 올린 점도 영향을 줬다.
하나은행은 지난 22일부터 혼합형 주택담보대출과 주택신보 전세자금대출 등 일부 주택담보·전세대출의 우대금리를 0.3%포인트 낮췄고, 농협은행도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의 단계적 우대금리 축소 및 삭제로 대출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 역시 최근 비대면 마이너스통장 신규 개설 중단, 대출금리 인상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2020년 10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잘 드러난다.
10월 중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2.64%로 전달(2.59%) 대비 0.0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가계대출 중 일반신용대출금리가 0.26%포인트 큰 폭 상승했다. 500만원 이하 소액대출도 0.32%포인트 크게 올랐다. 주택담보대출은 0.03%포인트 늘었다. 반면 기업대출 금리는 전달 연 2.70%에서 2.68%로 0.02%포인트 떨어졌다.
한은 측은 “대출 총량 관리를 위한 스프레드 확대 등으로 신용대출 금리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대출을 위주로 대출 금리가 오르고 있다”며 “은행들은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