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콘텐츠에 대한 열광이라는 이면에 문화 우월주의 부치긴다는 우려도
소련여자 "BTS 음악 깔고 불닭볶음면 먹으며 일본 욕하면 100만 조회수"
"this was such an incredible drama!"(이건 정말 놀라운 드라마였어!)
지난해 종영한 tvN '사랑의 불시착'을 본 캔디스와 수잔이 자신들이 운영하는 채널 '더 케이 드라마 카페'(The K-drama cafe)에서 리액션을 한 후 내놓은 감상평이다. 두 사람은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이해와 정보를 가지고 있어, 한 회 줄거리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주인공들의 감정선, 전개,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한국 문화, 환경, 그리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이스트에그까지 언급하며 마지막에는 점수를 매긴다.
이들처럼 한국 콘텐츠에 리액션을 보여주는 외국인 유튜버들이 어느 순간 증가하고 있다.
케이팝이 세계로 뻗어나가며 해외 유튜들이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엑소, 세븐틴 등을 필두로 많은 국내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나 무대 영상을 보고 "awesome!"을 외치고 있고, 아이돌 그룹의 리액션 영상처럼 드라마를 보면서 리액션을 하거나 리뷰를 작성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은 공개되기 전부터 예고편으로 외국인 유튜버들이 리액션에 나섰다. 현재 '스위트홈'을 리액션한 영상은 90여개가 넘는다. 이외에도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부터 종영한 드라마까지 장르와 기간을 가리지 않는 리액션 영상들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한류열풍으로, 아시아에서만 머물렀던 드라마의 인기가 점점 세계화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를 하나의 현상이나, 인기의 척도라고 단정짓기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드라마, 혹은 배우의 팬을 유입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선택해 단순히 조회수를 겨냥한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구독자 입맛에 맞는 리액션을 하다보니 솔직한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호평만 늘어놓는다. 최소 자국의 콘텐츠와 비교하는 성의나 혹은 감탄의 기준을 생략한 채 감탄사만 반복한다.
이는 자칫 국내 시청자의 문화 우월주의를 부추긴다는 우려가 따르기도 한다. 실제로 외국인 유튜버 소련여자는 '이러면 정말 조회수 100만이 나올까'란 영상을 올리며 "BTS 음악 깔고 불닭볶음면 먹으며 일본 욕하면 조회수 100만"이란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한국인의 화력과 특성을 파악해 영상을 만들고 있는 외국인 유튜버들을 밈으로 소비한 말이다.
케이팝과 드라마 리액션 영상을 자주 찾아보는 이유민 씨는 "전문성 가진 유튜버의 리액션 비디오는 다룬 문화의 관점이나 해석이 동반돼 흥미를 끌지만 보고나면 '이게 뭐지?' 싶은 리액션 비디오들이 부지기수다. 더 이상 외국인들이 모두가 짠 듯이 놀라는 반응이 궁금하지 않다"고 전했다.
반면 유튜브가 자유로운 공간인 점과 한국 드라마 리액션 콘텐츠가 글로벌화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높이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다. 다만 이 의견에도 "리뷰하는 콘텐츠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가진 후 처음 접하는 시청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을 갖추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