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적 검토 없이 국민들의 피로도만 높아져
이주수요·위헌·주거환경·가족제도 무시 발상
지난해 말 여권에서 발의한 주거기본법 개정안의 ‘1가구 1주택’ 원칙 때문에 또 한번 부동산이 전 국민의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발의한 측에서는 “1가구 1주택 원칙은 이미 제도화 돼 있고 이 원칙을 추가하려는 주거기본법 역시 선언적 의미이며, 다주택 보유를 불법화 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마무리 하려는 것 같지만 서민들은 나도 1주택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될 수도 있다.
1가구 2주택 이상 소유를 금지하게 되면 모든 국민에게 집 한 채가 돌아가고 주거복지가 실현될까? 실현된다고 생각하면 망상이다. 그런데 국민들은 선언적 의미를 가슴으로 수용한다는 것이 더 문제다.
주택은 전 국민의 관심사이고, 삶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집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런데 지난해 25번째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 매매 가격은 정부 통계상 4.4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이런 상황 에서 여당은 연말 대미를 장식하고자(?) 1가구 1주택이라는 이슈를 던졌다. 1가구 1주택 정책은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사회적 합의나 전문적 검토 없이 이슈를 던져 국민들의 피로도만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보면 1가구 1주택 정책은 장점도 있다. 다주택자의 투자수요를 차단하여 가격상승을 억제할 수 있고, 다주택자들은 양도소득세를 부담하지 않고 정부에 매수청구를 하여 다주택을 정리할 수 있다. 물론 정부는 주택을 매수해 주고, 매수한 주택은 무주택자에게 배분하면 된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1가구 1주택을 전국민이 소유하게 되면 집값이 안정될까? 단순한 희망사항이다. 왜냐하면 이주 소요가 있기 때문이다. 전 인민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북한도 부동산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건 이주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헌성 문제이다. 1가구 1주택 원칙은 이미 제도화 되어 있고, 이는 각종 세법에서 세금감면제도, 특별법 등에서 무주택 청약자에게 가점을 주는 제도 등의 예를 들고 있다. 하지만 혜택을 주는 방안과 원칙은 전혀 다른 본질의 문제이다. 헌법에서는 사유재산권의 보호라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택지소유상한제도는 위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럼 주택도 같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거주 이전의 자유가 제한을 받는다. 살고 있는 집, 분배를 받은 집에 계속 살아야 한다. 이사를 갈 수가 없다. 임대주택이나 공실인 주택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이사할 날짜를 같은 날에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신규주택이 공급되고, 매수자는 기존 주택과 신규주택을 소유하게 되고, 신규주택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 기존 주택은 공실이 되어 새로운 임차인이 이주를 할 수 있게 된다.
또 기존 주택을 매각하는데 필요한 유예기간을 두어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부여하게 되는데, 이 때에 일시적 2주택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 2주택 유예기간이 길면 다주택 소유제도가 되는 것이고, 단기간이거나 기간이 없으면 주거 이전의 자유가 제한된다. 즉, 이사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주거환경의 악화를 가져온다. 소득이 높아지면 누구나 새집으로 이사를 하고자 한다. 그런데 1가구 1주택 원칙이 적용되면 기존 주택을 동시에 처분해야 한다. 세금중과나 벌금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매수자와 약속을 하고 다른 주택을 매수해야 한다. 이 연결고리가 끊어지게 되면 모든 거래시스템이 무너진다. 그래서 새집으로 이사를 가지 못하면 특히 주거환경이 나쁜 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은 주택이 무너지기 전까지 살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한편, 가족제도가 무너진다. 지금은 한 가구의 구성원이 3명 내외이지만, 1가구 1주택 정책이 채택되면 모든 국민들이 1인 가구로 분리될 것이다. 4인 가구이면, 4명을 모두 분리, 4가구로 구성해 주택을 소유하려 하기 때문이다. 가구분리로 인한 주택수요로 대혼란이 발생하게 되고, 가구분리로 인한 행정적, 사회적 비용도 급증하게 될 것이다. 시장은 항상 정책에 대응하여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가구 1주택 정책은 원칙적 측면에서 도입해 볼만한 제도이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제도인 것이다.
글/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