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예산이 경제예산보다 증액폭 커
국무위원회 개편 이뤄지지 않아
북한이 제8차 노동당대회를 통해 기존 '핵·경제 병진노선'을 유지키로 한 가운데 한국의 정기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국방력 강화 △자급자족 의지를 재천명했다.
18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진행된 최고인민회의에서 북한 내각 인사가 대폭 교체됐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론 내각 부총리 8명 중 △박정근 △전현철 △김성룡 △리성학 △박훈 △주철규 등 6명이 새롭게 발탁됐다. 국가계획위원장에는 김일철 대신 박정근이 임명됐으며, 장관급 인사도 대거 교체됐다.
대대적 인사는 지난 2016년 7차 당대회 당시 수립했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실패' 책임을 묻는 인적 쇄신 차원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결산보고) 및 결정서에서 미진한 경제성과를 거론하며 향후 내각 중심의 경제 운용을 강조한 바 있다.
김덕훈 내각총리 역시 이날 내각 사업보고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 기간 내각의 사업에서는 심중한 결함들이 나타났다"며 "전력생산목표를 수행하지 못한 것을 비롯해 인민경제 거의 모든 부문에서 5개년 전략수행 기간 내세웠던 주요경제지표들의 목표를 미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력갱생·자급자족을 주제로 틀어쥐고 우리 경제를 그 어떤 외부적 영향에도 흔들림 없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정상궤도에 확고히 올려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사에선 경제 관련 부처에서 실무를 맡아온 부상(차관)이나 실·국장 출신이 상(장관)으로 임명된 경우가 많았다. '검증된 인사'를 바탕으로 자력갱생·자급자족을 꾀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이번 당대회에서 '뼈대'가 공개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고육지책'에 가까운 만큼 역설적으로 곤궁한 처지를 드러낸다는 평가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지난 14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주최한 웨비나에서 5년 단위 경제계획의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도 "경제계획의 분위기가 어둡고 수세적이라고 볼 수 있다. 역량 축적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한쪽으론 힘겨운 버티기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지난해 예산 결산과 함께 올해 예산도 편성했다.
올해 북한 예산지출은 전년보다 1.1% 확대편성 됐다. 통신은 국방예산이 작년과 같은 규모인 지출 총액의 15.9%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올해 국방예산은 적어도 총예산 증액 폭인 1.1% 이상 늘어났다고 추정 가능하다.
국방력 강화와 함께 당대회 최대 화두였던 경제 관련 예산은 0.6% 증액되는 데 그쳤다. 이는 국방예산 '증액 폭'이 경제예산 증액 폭보다 크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론 김정은 위원장이 자립경제의 '쌍기둥'으로 강조한 금속·화학공업 부문 등 기간공업과 농업·경공업 예산이 0.9%, 자재·설비 국산화 등 자급자족과 관련한 과학기술 부문 예산이 1.6% 늘었다.
김덕훈 총리는 보고에서 "(지난해) 국방건설사업에 지출총액의 15.9%를 돌림으로써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국방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여 사회주의건설의 활로를 열어나가기 위한 우리 인민의 투쟁을 군사적으로 담보하는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각은 국방공업 발전과 무장장비 현대화에 필요한 설비·자재·자금을 최우선 앞세워 보장함으로써 나라의 군력을 백방으로 강화하는데 적극 이바지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았으며 국무위원회 개편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성장 미 윌슨센터 아시아 프로그램 연구위원 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경제 성과에 따른 간부 교체 △5개년 경제계획에 대한 예산 반영 등을 최고인민회의 개최 목적으로 평가하며 "다른 조직 개편 문제는 충분히 검토할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 헌법에 따라 국무위원회 개편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국무위 인선이 없었던 것과 관련해 " 북한 헌법 제108조인 '국무위원회 임기는 최고인민회의 임기와 같다'는 조항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헌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위원들의 임기는 5년으로 보장된다. 결격사유에 따라 '빈자리'가 생겨도 보선 역시 5년 동안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