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CJ혈맹 이어 ‘왓패드’ 6533억원에 인수하자
카카오, ‘7조원 가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출범 예고
업계 “IT, 유통 대기업 콘텐츠 신흥 강자로 도전장”
국내 양대 콘텐츠 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글로벌 플랫폼 주도권 경쟁이 그 어느때보다 뜨겁다. 네이버가 최근 캐나다 기반의 글로벌 최대 웹소설 플랫폼을 인수하자, 카카오는 여러 계열사를 합병한 시가총액만 7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콘텐츠 법인 출범을 예고했다.
양사는 K콘텐츠 지적재산권(IP)을 확보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카카오는 계열사간 합병으로 내수 시장 꼬리표를 뗀다는 계획이라면, 네이버는 타 업종간의 시너지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 김범수의 결단...초대형 콘텐츠·엔터 법인 등장
카카오는 26일 주주총회를 열고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합병안을 최종 승인한다. 오는 3월 1일 합병 법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출범할 예정이다. 합병 비율은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이 각 1대 1.31로, 카카오M 보통주 1주당 카카오페이지 보통주 1.31주가 배정된다. 양사 기업가치는 1(카카오페이지)대 0.6(카카오M)으로 책정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효과로 약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페이지는 약 8500개의 원천 스토리를 보유한 국내 최대 IP확보 업체이다. TV 드라마로 짭짤한 흥행을 거둔 ‘이태원 클라쓰’, ‘경이로운 소문’ 등도 카카오페이지의 웹툰 IP이다. 카카오M은 연예인 매니지먼트 7개사와 음악 레이블 4개사를 비롯해 다수의 드라마·영화·제작사를 산하에 두고 있는 대표적인 콘텐츠 유통 업체이다.
양사가 합병하면 카카오 오리지널 IP를 활용한 2차 창작물 제작은 물론 글로벌 전파까지 무궁무진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카카오M에서 카카오페이지의 웹툰을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 이를 글로벌 시장에 내놓는 방식이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기업 가치를 각각 약 5조원, 2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시가총액은 단순 수치로 약 7조원으로 추산된다.
카카오의 이번 합병은 내수 꼬리표를 떼고 글로벌에서 콘텐츠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이 직접 육성한 이진수 카카오페이지 대표와 공들여 영입한 김성수 카카오M 대표간의 시너지도 기대가 크다. 회사는 “IT, 유통 대기업들이 콘텐츠 신흥 강자로 도전장을 내미는 등 격전이 펼쳐지고 있는 글로벌 콘텐츠 산업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 네이버, 콘텐츠 우군들로 글로벌 시장 ‘승승장구’
네이버는 최근 글로벌 1위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지분 100%를 약 6553억원에 인수했다. 왓패드는 매월 9000만명 이상의 사용자와 10억 편에 달하는 콘텐츠를 보유했다. 네이버 웹툰의 월 사용자를 합산하면 네이버는 이번 인수로 약 1억6000만명의 이상의 사용자를 가진 글로벌 최대의 스토리텔링 플랫폼 사업자가 된다.
왓패드가 북미, 유럽 등 다양한 지역에서 사용자를 보유한 점 특히 사용자의 80%가 글로벌 Z세대로 구성됐다는 부분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네이버는 웹툰에서 쌓은 노하우를 웹소설에도 적용, 더 공고한 창작 생태계를 갖추며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겨냥한다. 국내 웹소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왓패드의 IP를 웹툰이나 영상으로 제작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네이버는 이미 CJ ENM과 콘텐츠 혈맹 관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지난해 CJ ENM,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과 각각 1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CJ계열사를 통해 네이버 웹툰, 웹소설의 영상화를 도모하기 위함이다. 실제 넷플릭스의 ‘스위트홈’은 네이버 웹툰 스위트홈을 네이버의 스튜디오N과 스튜디오 드래곤의 협업을 통해 제작한 결과물이다. 스위트홈은 현재까지도 여러국가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인기몰이중이다.
내달에는 네이버 구독 서비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CJ ENM의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티빙'도 추가될 전망이다. 이 외에도 회사는 관심이 부쩍 높아진 한류콘텐츠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학 위해 엔터 플랫폼과의 협업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지난해 8월 자사 K팝 플랫폼 'V라이브'를 강화하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에 1000억을 투자했다. 최근에는 방탄소년 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지분 투자를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네이버와 카카오는 하반기 월트디즈니와도 맞붙는다. 이통업계에 따르면 월트디즈니의 OTT ‘디즈니플러스’가 KT, LG유플러스 등 2곳과 콘텐츠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양 사는 디즈니플러스를 자사 이동통신, IPTV에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