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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좋은 일 많이 하셨었는데"…'오세훈 향수' 일어날까


입력 2021.01.27 07:00 수정 2021.01.27 05:34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직능 간담회서 "업적에 박수 쳐드리고 싶다"

고충 토로하다 자연히 '박원순 10년'과 대비돼

택시업계, 과거 '대중교통개혁' 높이 평가하며

박원순 '전액관리제'엔 "피눈물 난다"며 '한숨'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오세훈 전 서울시장(왼쪽 둘째)이 26일 오후 서울시 독산동 택시회사를 방문해 동신운수 이희수 노조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의 조용한 행보가 조용한 향수(鄕愁)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업계 종사자들을 잇따라 찾는 과정에서 "예전에 참 좋은 일 많이 하셨다" "과거 업적에는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직능 관계자들이 오세훈 전 시장을 만나 고충을 털어놓는 과정에서 박원순 전 시장의 '잃어버린 10년'과 대비되는 옛 '오세훈 시정(市政)'에 대한 향수를 자연스레 떠올리는 셈이다. 오 전 시장이 이러한 시민들의 향수를 도움닫기 삼아 '조건부 출마선언'으로 꼬였던 스텝을 풀고 자기 페이스로 내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오세훈 전 시장은 26일 오후 서울 독산동 경복상운을 방문해 택시운수업계 종사자들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전날 신월동 라이더스클럽을 찾아 배달라이더들과 간담회를 가진데 이어 연이틀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업계 종사자들을 찾은 것이다.


오 전 시장은 출마선언 이후 불특정 다수가 몰리는 장소보다는 2~4인 정도가 참여하는 작은 현장간담회에 주력하고 있다. 이날도 박찬구 전 서울시의원 등 소수 인원만 대동한 채, 정승윤 경복상운 대표·이희수 동신운수 노조위원장과 얼굴을 맞댔다.


이날 오세훈 전 시장을 만난 택시운수업계 종사자들은 지난 이명박·오세훈 시정에서 대대적으로 추진됐던 서울시 대중교통체계 혁신이 버스·지하철까지만 해결된 채 멈추고, 박원순 시정에서는 정체되거나 오히려 역주행한 것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희수 위원장은 "오세훈 시장이 전에 했던 일들을 쭉 살펴보면 서울시를 위해 많은 일들을 했던 것에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며 "지금 이 서울시가 활기차게 돌아가는 부분도 그 때 만들어놨던 시스템 자체가 돌아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버스 같은 경우에는 대중교통으로 편입되면서 세계적으로도 서울의 대중교통시스템을 다 따라가는 입장이니 참 좋은 일을 많이 한 것"이라면서도 "버스는 됐다 이건데, 택시는 아까 주차장을 보고 왔겠지만 서있는 휴차(休車) 택시가 80~90%이니 '제발 살려달라'는 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명박·오세훈 시정에서는 대중교통 대개편·환승할인과 수도권 통합요금제·준공영제 등이 추진돼 큰 성과를 거뒀다. 박원순 시정에서는 택시업계를 겨냥해 전액관리제가 추진됐는데 이게 코로나 창궐과 맞물려 택시운수업계에 '폭탄'처럼 작용하고 말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위원장은 "재작년 서울시에서 완전월급제를 못박고 '시행하라'고 규제를 했다"며 "기사들에게는 엄청난 마이너스라 피눈물이 날 정도로 너무 심각한데 (박원순 시정에서의 서울시는) 아예 귀를 닫고 들으려 하지를 않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승윤 대표도 "너무 힘들다"며 "사업자도 힘들고 근로자도 힘든 게 전액관리제"라고 거들었다.


현장 관계자들, 시청공무원 보직이동 관해서도
박원순 인사 혹평, 오세훈 인사엔 '고개 끄덕'
오세훈 "마지막 숙제가 택시…책임감 느낀다
다시 일한다면 택시도 역발상의 개혁 해낼 것"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6일 오후 서울시 독산동 택시회사를 방문해 주차장에 휴차(休車)돼 있는 택시들을 살펴본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들의 하소연을 들은 오세훈 전 시장은 "내가 지하철·버스 환승할인 시스템을 국제적 수준으로 완비해 시민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대중교통개혁 이후로 버스운전기사는 근무환경이 좋고 보수가 안정적이라고 해서 모집에 사람들이 몰린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재임중) 택시를 챙기지 못했던 것에 대해 업계에 마음의 빚이 있다"며 "서울시 교통안정정책의 핵심은 택시"라고 화답했다.


간담회가 무르익자 '오세훈 시정'에서의 인사 정책이 화두에 올랐다. '박원순 시정'이 이른바 '6층 사람들'이라 칭해지는 시민사회단체 출신들의 득세로 대표된다면, '오세훈 시정' 때에는 현장·전문성 위주의 인사 정책이 빛을 발했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서울시장 단일화가 돼서 후보가 나온다고 하면, 또 된다고 치면 지금 제일 불만인 게 서울시청 공무원들의 보직이동"이라며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려면 어느 정도 기간을 갖고 보직을 유지해야 하는데, 어느날 가면 바뀌어있고 또 바뀌어있고…너무 자주 바뀐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오세훈 전 시장은 "교통행정은 굉장히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한다"며 "공무원의 순환보직은 해야 하지만 나는 교통행정을 하던 분들은 다른 데로 갔다가도 교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서, 교통행정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분이 과장·국장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했다. 아마 누구를 말하는지도 알 것"이라고 답했다.


오 전 시장의 답에 정 대표와 이 위원장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 알고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오 전 시장은 "전문적인 식견을 펼칠 수 있는 인사를 해서 현장에서 혼란이 줄어들 수 있도록 했던 것을 다 기억해주신다"며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오세훈 전 시장은 "이번에 다시 일할 수 있게 되면 현장의 애환을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분들로 (인사를 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자리에서 일어나던 정 대표와 이 위원장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꼭 좀 부탁한다. 파이팅 하시라"는 인사를 건넸다.


오세훈 전 시장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지하철과 버스의 연계를 비롯한 공공 교통체계는 어디에 내놓아도 뒤처지지 않는데 마지막 숙제가 택시업계의 어려움"이라며 "택시업계는 상대적으로 정부의 지원도 소홀했고 기사들이 고통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울러 "만약 서울시장으로 일하게 된다면 택시업계에 대해서도 발상을 바꾸는 역발상의 개혁 방법을 반드시 찾아내겠다"며 "저임금 격무에 시달리지 않도록 최대한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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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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