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분기 연속 적자 행진...4Q 영업손실 2485억
"LG윙 등 프리미엄폰 판매↓, 칩셋 수급 불안정"
이변은 없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지난해 영업적자 8000억원을 넘기며 2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LG전자는 29일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가 지난해 4분기 매출 1조3850억원, 영업적자 2485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지난해 총 매출은 5조 2171억원, 영업적자는 8412억원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가 감소하고 4G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칩셋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매출액과 손익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써 LG전자 MC부문은 2015년 2분기부터 적자를 기록한 이래 23분기 동안 누적 손실 4조7037억원을 냈다.
회사는 이날 실적 자료를 발표하며 “MC사업본부의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시켰다.
2000년대 초중반 글로벌 시장을 선도했던 LG전자의 이같은 실패는 스마트폰 전환기의 신속하지 못한 대응이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LG전자는 초콜릿폰과 샤인폰, 프라다폰 등 피처폰으로 MC부문 연간 영업익 1조원대의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LG전자는 2010년 다소 늦게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상승세를 보였다. 2012년 ‘옵티머스 G’ 라는 브랜드로 G 시리즈의 서막을 열고, 2014년 출시된 G3로 연간 판매량 1000만대, 3161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기결함이 발생한 ‘G4’, 무한 부팅 논란의 ‘V10’, 최초 모듈형 스마트폰 ‘G5’가 연달아 흥행에 실패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에 주도권을 완전히 뺏겼다.
지난해는 G·V시리즈 브랜드를 폐지하는 초강수를 두고, 사업구조 개선과 원가 절감 등을 통해 턴어라운드에 주력했다. 절치부심해 디자인을 확 바꾼 ‘LG벨벳’, 새로운 혁신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의 첫 작품인 ‘LG윙’을 출시했으나 대박을 내지 못했다.
약 6년동안 LG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2015년 5970만대를 정점으로 하락, 지난 2019년 연간 3000만대가 붕괴됐다. 시장조사기관 SA(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LG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은 2500만대 미만으로 점유율은 2.2%에 그쳤다. 같은 기간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의 점유율은 9.6%로 삼성, 애플에 이어 3위로 집계됐다.
MC사업부를 이끄는 수장도 빈번히 교체됐다. 조준호 사장, 황정환 부사장, 권봉석 사장, 이연모 부사장 등 4명의 MC사업본부장을 거치며 부침을 겪었다. 사업부 인력도 계속 줄이는 중이다. MC사업본부 임직원은 2015년 약 7400명에서 2020년 3분기 기준 약 3700명으로 반토막 났다.
결국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지난 20일 구성원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재검토를 공식화했다. 사업 철수를 시사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연구개발 부문을 남겨두고 생산 부문을 분할해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생산 부문을 사들일 후보군으로는 베트남 시가총액 1,2위를 다투는 현지 업체 빈 그룹이 거론되고 있다.
회사는 다만 1분기 출시 예정으로 기대를 모은 ‘LG롤러블’ 스마트폰은 그대로 개발 중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LG전자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63조2620억원, 영업이익 3조1950억원을 달성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도입한 2010년 이후 사상 최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