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충분하다더니, 전국에 총 83만가구 공급 폭탄
"2025년은 돼야 물량 풀려…실현 가능성도 낮아"
정부가 지난해 11월19일 이후 약 3개월여 만에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 들어 총 25번째에 이르는 대책이면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첫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번 대책은 그간의 투기 수요 억제라는 정부 기조와 달리 '공급'에 방점을 뒀다. 각종 규제에도 상승세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등 시장 불안을 해결하지 못하자 결국 시장의 요구에 맞춰 공급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풀이된다.
공급량은 예상을 웃돌았다. 고밀도 개발 등 방안을 총동원해 물량을 긁어모았다. 총 공급물량이 84만가구에 이른다.
정부는 그간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금의 주택공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러차례 언급했다.
그러면서 "최근 3년 동안 서울 아파트 인허가와 착공, 입주 물량은 평소보다 20~30% 이상 많다"면서 "분양 물량은 85㎡ 이하에서는 99%가 무주택자에게 분양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공급 충분'은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새로 취임하면서 바뀌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설 전 공급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특단의 공급대책을 내놓겠다"며 거들었다.
결국 정부는 4일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통해 공급 계획을 내놓기에 이른다. 시장이 예상한 것보다도 웃도는 수치의 공급량을 제시했다. 총 공급물량만 84만가구에 달한다. 정부도 규제만으로는 집값을 잡기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이번 대책에서는 어떻게든 공급 물량을 끌어 모으는데 주력했다.
용적률과 층수 제한 등 도시·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신설된 공기업 직접시행의 도시정비사업 참여시에는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환수하지 않기로 하는가 하면, 신규 공공택지 지정도 추진한다.
또 각종 혜택을 부여해 사업 참여도 이끌어낼 계획도 세웠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참여 사업지 대상으로는 2년 거주의무도 적용하지 않고, 개발이익을 토지 소유주에게 돌려 이들에게 기존 대비 10~30%p 추가 수익을 보장해 주기로 했다.
세재 혜택도 준다. 기존 주택을 공기업에게 현물로 선납 시 환지로 간주해 양도세 비과세를 적용한다. 정부는 이렇게 총 83만6000가구의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계가 뚜렷하다고 비판한다. 공급으로의 정책 전환은 긍정적이지만, 사실상 공공이 독점권을 쥐게 되는 방식이라 민간의 사업 참여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공급 정책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사업성이 떨어져 속도를 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며 "조합들의 참여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길게는 20년도 걸리는 정비사업을 어떻게 5년으로 당길 수 있겠나. 일종의 공수표 같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실제 공급될 시기를 고려하면 효과를 내기 힘들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토부는 83만6000가구 공급 계획을 밝혔지만, 2025년은 돼야 부지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2025년까지 부지 확보가 가능할지도 의문이지만, 취임 초기 공급정책을 펼쳤으면 모를까 늦어도 너무 늦었다"며 "현재 부동산 시장은 몇십 뒤 내집이 아니라 지금 당장 주택이 필요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부동산 및 건설업 공급 특성상 착공과 준공까지 시간적 간극이 불가피해 단기적 안정보다는 집값 상승폭을 둔화시키는 정도로 효과가 제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