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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 "이란 영해 거리두기"…억류사태 방지 '골머리'


입력 2021.02.12 14:00 수정 2021.02.10 16:54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한국케미호 사태' 재발 가능성…해운협회, 항행안전매뉴얼 배포

원유수송 '대동맥' 우회 어려워…위험지역 항해 보험료 인상되나

지난달 4일 한국 국적 유조선 'MT-한국케미호'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되는 장면. ⓒAP/뉴시스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난달 한국 국적 선박 '한국 케미호'를 억류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해운업계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란이 자국 남동부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박을 추가로 나포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업계는 관련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다.


12일 한국해운협회는 선박 억류사태 재발을 방지하는 취지로 '호르무즈해협 통항선박 항행안전 매뉴얼'을 제작해 해운사들에 배포했다.


매뉴얼은 호르무즈해협을 항행할 땐 이란 영해에서 가급적 멀리 떨어지고, 이란 무장 세력이 접근할 경우 선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한 뒤 유관기관과 상시연락체계를 유지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매뉴얼은 "해협에 진입하면 모든 외부출입문과 해치를 닫아 선체 수밀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며 "오수·잔류 처리 등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시비거리를 피하고 미·이란 대립이 고조된 시기엔 기항을 자제하라"고 강조했다.


무장 세력이 선박으로 접근해올 경우에는 선박의 이동방향을 이란 영해 반대 방향으로 틀고, 안전이 보장되는 한에서 이의를 제기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무장 세력이 선박에 진입하면 상대에게 위협적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은 금지하되 국제법에 근거한 항해의 자유를 주장하라고 강조했다.


매뉴얼은 "무장 세력이 선박 이동을 명령하면 엔진을 정지시키는 등 최대한 이동을 지연하고 본사와 교신을 지속하라"며 "필요시에는 출입문을 폐쇄하고 선내 비상대피처로 피신해 주변 미·영 해군의 지원이 가능한 시간을 확보하라"고 당부했다.


호르무즈 해협(사진 붉은색 표시) 일대 지도 ⓒ구글맵스 캡처

이처럼 매뉴얼은 근본적인 문제해결 보다는 수동적인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강력한 화기로 중무장한 세력에 민간상선이 맞대응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탓이다. 해협도 매우 좁아 이란 영해와 거리를 두는데 한계가 있다.


이에 업계는 미국·한국-이란 간 외교적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리스크를 무릅쓰고 호르무즈 해협을 지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한다. 중동에서 수입해오는 원유의 99%가 이곳을 통과하는데다 지리적 특성상 우회로도 마땅치 않은 탓이다.


특히 해협 항해 위험이 커질수록 보험료 인상 부담도 높아지게 된다. 선사들은 전쟁 등의 위험 지역을 항해할 경우 별도의 보험료를 낸다.


실제 런던 보험사는 최근 미·이란 갈등에 따른 호르무즈해협 항해 위험을 이유로 관련 보험료를 1.5∼2배 인상했으며, 국내 보험사도 해협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전쟁보험료 인상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육로를 거쳐 원유를 운반하는 새로운 루트를 만들 수 있지만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현재로서는 해협을 통과하는덴 지장이 없지만 억류사태가 재발하거나 긴장이 더욱 높아지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우회로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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